경북 성주군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추가 배치 강행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긴급 입장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THAAD) 임시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는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밝혔다.

당초 청와대는 귀국 이후 일요일께 입장을 밝힐 것이란 얘기를 했지만 예정보다 앞서 발표한 것은 그만큼 다급했다는 것이다. 경북 성주는 물론 주요 지지층인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강도높은 비판이 확산되고 최근 지지율도 60%대로 처음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위기감의 발로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서면으로 '사드 배치 관련 대통령 입장'을 전격 발표해 "지금 우리가 처한 안보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상황에도 국민이 기대하는 정부 책임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우리 정부는 조선의 추가적 도발을 막고 비핵화 대화의 조건을 만들어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다"며 "그러나 조선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와 경고를 묵살,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고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에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 판단했다. 미리 예고했던 바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밤에 전격 이뤄진 박근혜 정권의 사드 배치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본지 보도)을 의식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갈수록 고도화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그에 대한 방어능력을 최대한 높여나가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부상자가 속출한데 대해 "과거와 다르게 정부가 평화적 집회관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음에도 이 과정에서 발생한 시민과 경찰관의 부상을 대통령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부상당하거나 정신적 상처를 입은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빌며 적절한 위로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정부는 현지 주민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우려를 존중한다"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대한 공개적, 과학적 추가 검증을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이번 사드 배치는 안보의 엄중함과 시급성을 감안한 임시배치"라며 "사드 체계의 최종배치 여부는 여러 번 약속드린 바와 같이 보다 엄격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진행될 일반 환경영향평가 과정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도 그 과정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드 체계 임시배치로 영향을 받게 된 지역 주민의 불편과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 성지가 잘 보존되기를 바라는 원불교 측 희망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불교 성주 성지는 사드 기지에서 1.8km가량 떨어져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으로부터 지혜를 모으고 국민 뜻을 받들어 용기있게 결단하겠다"며 "국민 여러분도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믿고 마음을 모아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