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 화풍으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故 박수근 화가(1914~1965)의 옛 집터가 매일같이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일(금) 밤 늦게 찾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한 때 피혁과 의류공장이 밀집된 대표적인 빈민촌에서 최근 도심 재생프로그램으로 문화의 거리로 재탄생하며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민적 화풍으로 근대 한국미술의 거장으로 자리잡은 박수근 화백도 종로구에서 한평생 삶을 뿌리내렸던 곳으로 이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종로구가 문화의 도시로 재탄생시키면서 박 화백의 삶을 현재에 되살려 낸 박수근 화백의 집터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박 화백은 무관심 속에 쓰레기 더미에 쳐박혀 있기 일쑤다.

종로구 주민들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왕산로에 설치된 박수근 화백의 집터를 알리는 표지물 주위로 매일 밤마다 인근 음식점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봉투가 박수근 화백 집터 표지물을 뒤덮는다.

박수근 집터는 종로구청이 2015년 박수근 화백 작고 50주기를 맞아 창신동 집터를 '박수근 길'로 명명하면서 박 화백을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전혀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

16일 기자가 찾은 종로구 동묘역 인근 왕산로 박수근 집터 앞. 해가 짧아지면서 오후 8시가 넘어서자 인근의 음식점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중구 평화시장과 청평화시장 유어스 등 의류상가가 모여있는 평화시장으로 가는 중국인과 소매상과 이곳에서 밤부터 새벽까지 장사하는 도매상들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음식물이 다량 소비된다고 한다.

이에따라 음식점에서 음식물쓰레기가 다량 배출된다.

음식점에서는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박수근 화백 집터라는 점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바로 박수근 화백이 고택이자 작업실로 쓰던 곳은 24시간 순대국과 해장국집, 국수와 돈까스집으로 바뀌어 있다.  음식점 영업 중이다.

박수근 화백의 창신동 고택은 현재는 순대국 음식점으로 바뀌어 있다.

순대국밥 가게 골목을 따라 들어가는 길은 박수근 길로 이름을 붙여 이곳이 박수근 화백의 고택이자 작업실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최근 종로구청은 지봉로 길가에 박수근 화백 집터 표지를 설치해 박 화백을 기념하는 문화의 거리로 만들었다.

박 화백을 기념하고 알리는 것이 미비해 박 화백의 고택에서 장사를 하는 음식점주들도 모르는 이들이 있다.

박수근 길로 지정만 해놓고 홍보가 부족한 탓이다.

고택의 음식점 관계자는 "박수근 화백 집터라는 것은 처음 들었다"며 "딱히 그것을 고려할 수도 없는게 이 곳의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곳은 역사가 살아있는 곳이지만 서민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음식점으로 변한 탓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서민의 삶을 그려낸 박수근 화백과 또다른 서민의 삶 해장국에 어린 삶들이 교차된다.

박 화백이 살아 있다면 투박한 해장국 그릇에 서민들의 이야기가 담겨질 듯하다. 박수근 화백을 살려내면서 서민의 해장국 음식점, 쓰레기에 덮이지 않는 둘의 조화로운 방법은 없을까.

음식물쓰레기를 별도로 둘 공간도 없어 길가로 내놓는데 행정관서에서도 나와보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게 주변 음식업소들의 얘기다.

행정당국이 지혜로운 관리 방안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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