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케냐 대선에서 승리한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이 당선이 무효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케냐 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지난달 대선에서 케냐타 대통령의 승리가 무효라며 60일 이내에 선거를 다시 실시하라고 판결했다.

케냐타 대통령에 경쟁자로 야당연합의 오딩가는 지난달 대선 결과에 대해 선관위 전산망이 해킹당해 케냐타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총 투표수의 1/3에 해당하는 500만표가 조작됐다며 대선무효 소송을 냈다. 

6명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이날 대선 투표 집계 과정에서 변칙과 불법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케냐 역사상 대선 무효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리카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케냐 대법원이 1일(현지시간) 지난달 치러진 대선이 투표 집계과정에서 변칙과 오류가 발생해 대선이 무효"라며 "60일 내 재선거를 실시하라"고 판결했다. <사진 연합뉴스TV>

데이비드 마라가 대법원장은 수도 나이로비의 대법원 법정에서 "케냐 선거관리위원회(IEBC)는 지난달 8일 대선을 헌법이 정한 방식에 따라 시행하는 데 실패하거나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대법관 6명 중 4명이 대선 무효에 찬성했다.

케냐타 대통령(56)은 대법원 판결과 관련 TV중계 연설을 통해 "오늘 내려진 판결에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그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선거 명령을 내린 대법관을 겨냥해 "그들은 국민의 의지와 어긋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케냐타 대통령과 경선을 벌였던 야당 연합의 라일라 오딩가(72)는 "오늘은 케냐 더 나아가 아프리카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케냐인들의 번영을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오딩가 지지자 수백 명은 나이로비 시내로 나와 춤을 추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케냐는 케냐타 대통령 지지자와 오딩가 지지자 측간에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지난달 대선 직후 케냐타 대통령 지지자와 야권 지지자간에 충돌이 발생해 24명이 숨졌다.

2007년에는 케냐타 대통령이 속한 키쿠유족과 오딩가를 배출한 루오족간 유혈 종족분쟁이 일어났다. 당시 유혈 충돌로 1100여명이 사망하고 60만명이 집을 잃었다.

2013년 대선에서도 케냐타 후보에게 패배한 오딩가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케냐타의 당선이 확정됐다.

케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케냐타 대통령이 54.27%, 오딩가가 44.74%를 득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