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성소수자 보호 등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유정(49)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비상장 주식 대박 논란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자진 사퇴했다.

이 후보자는 1일 '헌법재판관 후보자직을 사퇴하며'라는 입장문을 통해 "오늘 이 시간부로 헌법재판관후보자로서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에 대한 사퇴 논란은 야당이 특정 정당을 지지했던 과거 정치성향을 문제삼으면서 시작됐지만 발목을 잡은 것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 의혹이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직자로서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고 치명상이 됐다. 이 후보자는 현 정부들어 다섯번째 낙마자가 됐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이 사건을 맡은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샀고 얼마 뒤 상장되면서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차익을 얻은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까지 받게 됐다.

그는 내츄럴앤도텍이 비상장상 때이 2013년 5월 1주당 2만 2000원씩 2억 2000만원 어치를 구입했다.

5개월 뒤 코스닥에 상장되자 다음해인 2014년 샀던 주식을 팔았다가 추가 매수를 하고 다시 팔아 5억 3000만원의 이익을 챙기는 등 1년 반만에 모두 12억원을 벌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차라리 헌법재판관 하지 마시고, 주식 투자해서 워런 버핏 같은 투자가 되실 생각 없느냐"(박지원 국민의당 의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게다가 이 후보자의 소속 법무법인 직원들까지 이 후보자와 함께 주식투자를 했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이날 사퇴 입장문에서 주식 투자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 후보자는 미공개 정보 이용 논란과 관련 "주식 거래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청문회 과정을 통해, 또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자세히 설명드린 바와 같다"며 "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적인 거래를 했다는 의혹들은 분명 사실과 다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그러면서 "그와 같은 설명과는 별도로, 그런 의혹과 논란마저도 공직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그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저의 문제가 임명권자와 헌법재판소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며, 제가 생각하는 헌법재판관으로서 역할도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저의 사퇴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다양화라는 과제가 중단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구성은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씩 임명한 9명으로 구성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이 후보자는 28일 청문회에서 인권과 성평등 관련 문제에 소신 답변으로 주목을 받으며 헌법재판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지만 주식투자 대박 논란이 고위 공직자라로서 큰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이 후보자의 지인은 "지난달 28일 국회 청문회와 31일 별도 입장문을 통해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법조인으로서 주식재산을 불린 것에 국민적 눈높이와 어긋나 결국 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금융감독원에 이 후보자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나서고 금감원도 진정서가 접수되면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는 금감원을 통해 이 후보자는 물론 이 후보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수임한 비상장사 '내츄럴엔도텍'의 주식을 사들여 상장 후 고점에 팔아 5억원이 넘는 수익을 얻어 '내부자 거래' 의혹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청와대의 인사검증 부실 논란도 다시 불거지게 됐다. 비상장 주식거래는 고위 공직자가 작성하는 자기검증질문서의 기본 항목이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누가 추천했으며 인사 검증에 실패한 것에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인사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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