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찍으면서 공직에서 사퇴해야 했던 진재수 전 문화체육부 과장이 17일 박 전 대통령과 조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7일 열린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받고있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서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박 전 대통령에게 찍혀나갔던 진 전 과장이 증인으로 나서면서 처음 대면한 것이다.

그는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함께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을 거론됐다.

진 전 과장은 오전 10시 15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5시간 15분에 걸쳐 증언했다.

진 전 과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찍혀야 했던 것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문제 때문이었다.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나는데 대통령이 일개 중앙부처 과장에 대해 찍어내기 할 만큼 정유라가 박 전 대통령에게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이기에.

노태강 전 국장(현 문체부차관)이 "축구나 배구, 농구 등 중요 종목도 많은데 박 전 대통령이 유독 승마만 챙겼다"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돌아버릴 지경이었다"고 진술했을 정도다.

노 전 국장은 "박 전 대통령이 체육 관련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두가지가 체육영재발굴 및 육성과 승마 관련 문제”라며 “승마대회, 말산업 발전, 승마선수 문제 등을 많이 강조했다"고 말했다.

진 전 과장은 박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 4월 청담고 2학년이던 정유라가 마사회컵 승마대회에서 출전해 준우승에 그치자 판정시비가 일어난 바 있다. 안민석 의원은 "정유라씨가 준우승에 그치차, 경찰이 판정 시비가 발생했다며 점수를 낮게 준 심판을 불러 조사했다"며 "정유라씨 대학 보내기 프로젝트를 위해 비선라인이 국정에 개입한 꼴"이라고 꼬집기도 했었다. 

문화부는 청와대의 지시로 승마협회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고 감사결과 승마협회 뿐 아니라 최순실 씨 쪽에도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논란 끝에 정유라는 그해 6월 열린 마장마술 국가대표 선발전에 다시 출전, 4위를 기록하며 결국 선수권을 따냈다.

승마협희 내부갈등과 비리에 대한 조사보고서가 결국 청와대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보고되면서 눈밖에 난 것이다. 

그는 보고서에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 대해 부정적으로 썼고 공직자로서 양심에 따른 충정으로 썼다.

진 전 과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왜 박 전무의 전과기록을 기재했느냐'고 질문하자 "대통령에 대한 충정에서였다"고 밝혔다.
박원오 전무의 말만 믿을 수 없다는 차원에서 한 것이란 것이다.

그는 이 일로 인해 대통령이 직접 인사를 챙겼고 어떻게 됐느냐, 나쁜 사람이라고 거명됐다.
대기발령 끝에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전보됐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아직도 이런 사람이 근무하고 있냐'고 해 노 전 국장이 결국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정년까지 버틸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감사에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은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본인들이 명예퇴직을 희망해 퇴직한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었다.

민간단체인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사무처장으로 있는 그는 증언뒤 중앙일보와 "왜 나쁜 사람이라고 했는지 궁금했다"며 "미안했다고 말해 줬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가 박원오 전무에 대한 보고서에서 부정적으로 기술한 것이 충정에서였다고 하자 지지자들은 코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는 중앙일보에 복직제안도 있었다며 "노태강 차관 축하해주는 걸로 만족한다"며 "정유라 덕분에 새로운 일 하게됐다"고 했다. 

한편 방청객 중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 중 한명이 감치 명령을 받아 5일간 감치에 처해졌다. 이 방청객은 공판검사를 향해 "너희도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고함을 쳤다.

재판부는 별도로 감치 재판을 진행해 이 방청객에게 5일 감치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