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피해자들과 제조기업 간의 개인적 법리관계란 이유로 피해자들 구제에 미흡했고, 또 피해자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며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가슴깊이 사과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2011년 4월 원인을 모른 채 입원해 폐손상 끝에 사망자가 나온 지 6년여만에 처음 정부가 국가차원의 사과와 위로가 이뤄진 순간이다.

이날 피해자 가족들은 대통령의 위로와 사과에 한맺혔던 설움이 복받치며 울음바다가 됐다.
간담회는 예정된 한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청와대는 참석자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의료진을 대기시키고 다과를 준비할 때 참석자들의 알러지 체질까지 고려했다.

9일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도 시행된다.

이날 문 대통령과 피해자들의 만남은 그동안 4개 정권을 거쳤지만 정부(보건복지부)가 원인규명을 하지 못하고 검찰 수사도 뒤늦게 지난해에야 이뤄지는 등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사과한 것은 뒤늦게나마 정부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지난한 투쟁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는 "피해자 가족들이 지금까지는 혼자였지만 국가가 함께한다는 희망을 드리고 위로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만남에는 폐손상으로 평생 산소통에 의지해야 하는 임성준 군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야구를 좋아한다는 임군에게 "꿈을 잘 키워나가야 한다"고 격려하고 두산베어스 선수들의 피규어를 선물했다.

임군의 어머니인 권은진씨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사연이 담긴 책 '가습기 살균제 리포트'를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피해자 가족 중 한 명은 "우리는 그냥 마트에서 가습기를 사다썼을 뿐인데 아이가 죽었다. 20년동안 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팔아왔는데 국가는 아무 잘못이 없는 것인가"며 "우리가 비속(卑屬) 살인자인가.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죽였단 말인가. 죽고 싶지만 남아있는 아이를 위해 살고있다. 사망자 숫자 1222명은 그냥 숫자가 아니라 목숨이다"며 절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