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장충기 전 사장에게 인사 청탁을 하는 문자 내용이 공개됐다.

최근 발매된 시사인 517호가 표지 스토리 '그들만의 비밀 대화'를 통해 권력기관과 언론 등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기관과 삼성간에 은밀하게 오고 간 내용을 공개했다.

민원 문자에서 임 전 검찰총장은 "임채진이네 그동안 거강하게 잘 계셨는가"라고 시작한 뒤 "이번 토요일 미팅계획은 예정대로 시행되겠지, 내공을 좀더 깊이 갈고닦아 그날보세"라고 만남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임 전 총장은 사위가 해외 근무를 희망한다며 잘 봐줄 것을 당부했다.

임 전 총장은 문자에서 "내사위 **OOO**이수원공장 OO실에 근무중인데 이번에 인도근무를 지원했네, 본인의 능력과 적성에 대해 오랜 고민끝에 해외근무를 신청한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총장은 자신의 딸이 새로운 경험을 희망한다는 내용도 고지하며 사위의 해외근무를 도와달라는 것도 알렸다.

임 전 총장은 "조그만 방송사기자를 하고 있는 내 딸 OO이도 무언가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인도에서 몇년간 공부하고 오면 좋겠다면서 날더러 꼭좀 갈수있도록 자네에게 부탁해달라하네그려"라고 했다.

임 전 총장은 부적격자라면 안되겠지만 혹시 같은 조건이라면 가급적 OOO이 인도로 갈 수 있도록 좀 도와주시면 안되겠는가. 쓸데없이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네 토요일날 보세라고 했다.

장 전 사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으로 그룹의 세번째 실세로 꼽혀왔다.

최성식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인사 민원 문자라며 "이것이 적폐 검사들의 클라스"라고 지적했다. 서초고와 서울대공대를 거쳐 삼성종합기술원, 하이닉스, 로펌 화우에서 근무한 바 있다. 

장 전 사장은 사장 재임 국정원 기획실장과도 정보보고를 통보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서는 상성정보원이 국정원보다 더 위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언론사 전.현직 기자들도 장 사장에게 문자를 전달했다. 삼성의 광고 및 협찬과 자녀 취업청탁 관련으로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 방송사가 망라됐다. 언론보도도 광고를 얻기 위해 보도 자제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공개된 문자 내용은 언론인으로서는 자질과 자존심을 찾아볼 수 없다.

<문화일보>의 한 간부가 보낸 문자를 보면 "사장님(장충기 전 차장),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요? OOOO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4개월.. 저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죄송스런 부탁드릴 게 있어 염치 불구하고 문자 드립니다. 제가 OOOO 맡으면서 OOO OOOO에서 당부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OOOO으로서 문화일보 잘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발 저한테는 영업 관련된 부담을 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잘 지켜주는 듯 싶더니 이번에는 정말 심각한지 어제부터 제 목만 조르고 있습니다 ㅠㅠ 올들어 문화일보에 대한 삼성의 협찬+광고지원액이 작년 대비 1.6억이 빠지는데 8월 협찬액을 작년(7억) 대비 1억 플러스(8억)할 수 있도록 장 사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달라는 게 요지입니다. 삼성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혹시 여지가 없을지 사장님께서 관심 갖고 챙겨봐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습니다. OOO 배상"이라고 돼있다.

노골적인 협찬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 신문은 지난 2월14일치 '삼성 임원 무더기 영장청구 가능성 특검 끼워넣기식 수사 국가적 비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낸 바 있다.

언론사를 퇴직한 간부는 자신의 자리를 부탁하거나 자녀 취업을 부탁했다.

<서울경제>를 퇴직한 전 간라고 밝힌 한 언론인 출신 초빙교수는 "별고 없으신지요? 염치불구 사외이사 한 자리 부탁드립니다. 부족합니다만 기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년에 서울경제 OOO 그만두고 OOO 초빙교수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OOO 드림"이라고 했다. 다짜고짜 시작부터 자리를 부탁하는 시원함(?)을 보였다.

기독교방송(CBS)의 한 간부는 "존경하옵는 장충기 사장님!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몇 번을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문자를 드립니다. 제 아들아이 OOO이 삼성전자 OO 부문에 지원을 했는데 결과 발표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떨어졌는데 이번에 또 떨어지면 하반기에 다시 도전을 하겠다고 합니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시험 과정과 방법도 바뀐다고 해서 이번에도 실패를 할까 봐 온 집안이 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OOO 수험번호는 1OOOOOOO 번이고 OOO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같은 부탁이 무례한 줄 알면서도 부족한 자식을 둔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사장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와 은혜를 간절히 앙망하오며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감히 문자를 드립니다. 사장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리면서까지 폐를 끼쳐드린 데 대해 용서를 빕니다. 모쪼록 더욱 건강하시고 섬기시는 일들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CBS OOOOOOO OOO 올림"이라고 자녀 채용을 부탁했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과 관련해 "장 사장님. 늘 감사드립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가습니다.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구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 갑니다. 연합뉴스 OOO 드림"이라고 보냈다. 삼성에 가해지는 현실을 걱정해주는 내용이다.

연합뉴스 노동조합은 지난 7월3일 낸 노조가 낸 특보에서 '검찰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행위가 실제 있었다는 점을 규명했다'는 단독 보도가 제목·부제에서 성매매란 어휘가 빠졌고, 기사 본문에서 행위에 대한 기술이 삭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조가 간부진에 확인한 결과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도 구속돼 삼성이 ‘초상집’인데 굳이 이런 기사를 내보내야 하느냐"고 간부진이 설명했다고 한다.

또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인사는 TV조선과 조선일보에 이건희 회장 성매매 동영상 관련 기사를 쓰지 말도록 방상훈 사장이 조치했다고 보고 문자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인사는 방상훈 사장이 조선과 TV조선에 (이건희 회장 성매매 동영상 관련) 기사 쓰지 않도록 얘기해두겠다고 했습니다. 변용식 대표가 자리에 없어서 OOO TV조선 OO에게도 기사 취급하지 않도록 부탁하고 왔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매일경제 기자는 2015년 2월 서울과 제주에 4곳의 신규 면세점 발표 당시 "존경하는 실차장님! 어제 감사했습니다. 면세점 관련해서 OOOOO과 상의해보니, 매경이 어떻게 해야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OOO 올림"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삼성에 보내는 언론과 권력기관의 메시지에서 삼성의 위상이 어느 수준인 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