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안보포럼(ARF)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제외교무대 데뷔장인 ARF에서 중국 외교수장이 직접 우리 정부 외교수장을 향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어서 향후 양국 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6일 오후(현지시간) 약 1시간 동안 콘라드호텔에서 강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개선되는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유감스럽다"고 항의했다.

지난달 28일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화성-14형'을 시험발사한 직후 정부가 사드발사대 4기 추가배치를 결정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왕 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중국 관계를 개선하고 과거의 잘못된 행동을 바꾸자는 의지를 보여줬고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항에 대해 배려하는 행동을 보여줬다. 이는 양국 관계의 좋은 시작이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강경화 장관은 이에 대헤 "양국관계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통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오늘의 회담을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두 정상께서 7월6일 함부르크에서 만나 확인한 공동의 이해를 기반으로 양국 관계가 실질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지난달 28일 사드 추가배치를 결정한 것과 관련 중국 측의 반감을 누그려뜨리려는 애절함 담긴 발언을 이어갔다.

강 장관은 "최근 북한의 추가적인 미사일 도발로 인해 위협이 상당히 고조된 게 사실"이라며 "이에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깊이 심화된 가운데 대통령께서 방어적인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부장님께서 특히 지난 5년간 양국관계의 고비 때마다 큰 기여를 하셨다"며 "앞으로도 중요한 많은 기여하실 것으로 믿고 저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왕 부장은 회담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강 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드 문제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며 "기본적인 중국의 입장을 반복했고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고도화되는 도발 상황에서 사드 4기 임시 배치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반면 왕 부장은 회담 후에도 취재진에 한국에 대한 항의를 아끼지 않았다.
왕 부장은 "조선이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오히려 한국은 사드 배치를 서둘렀다. 사드가 ICBM을 막을 수 있느냐"며 "왜 이렇게 빨리 사드를 배치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담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 부답한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인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한국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회담에서 중국측의 사드 보복에 대한 중단 요청이나 우리 정부의 베를린 구상, 6자회담, 대북제재 이행 등에 대한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