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문무일(56. 연수원 18기) 신임 검찰총장에게 검찰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이 반대하고 있는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다.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무일 신임 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을 의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정치 검찰로 인한 검찰 권력의 왜곡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다"는 말로 일부 수니부의 정치검찰에 대한 악폐를 일소할 검찰 개혁이 문 신임 총장의 사명임을 주지시켰다.

문 대통령은 "정치에 줄 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면서 "그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묵묵히 업무에 임해온 검사들도 더 큰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검찰총장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검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 정치도 검찰을 활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지만 검찰 스스로 중립 의지를 확실히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무일 신임 총장이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비처 설치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을 감안한 쐐기 발언도 했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로서의 답변을 봤는데 (내 생각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리적 조정을 위한 토론이 필요하지만, 조정 자체는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갖고 제3의 논의기구 구성 등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관련 검찰의 반대가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이것은 검찰만 견제하려는 게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권력을 가진 고위공직자가 대상이고, 그중 검찰도 포함되는 것 뿐"이라며 "2002년경 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됐을 때 반부패기구로 출발한 처음의 그 도입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도 신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기대가 크다"며 "국민이 검찰 대변화를 바라는 것은 검찰을 적대시하는 게 아니라 검찰이 국민께 신뢰받는 기관이 되길 바라는 애정이고, 그만큼 사회정의 중추인 검찰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도 그동안 한편으로는 노력을 많이 하면서도 정치적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며 "그래서 불신이 생기고 그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요구가 생기게 된 것"이라고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의 뜻을 전했다.

이에 문 총장은 잘하겠다, 개혁기회를 준데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대통령 면전에서 그는 예상밖의 한시를 인용하면서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검찰 주변에서는 문 신임 총장이 공비처 설치 등에 대한 거부감을 은유적으로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총장은 "바르게 잘하겠다. 공무원 생활을 30여년간 했는데 임명직이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지 잘 느끼고 있다"며 "마지막 공직이니 제게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정말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총장은 그러면서 "하늘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다"며 중국 한시를 인용했다.
그는 대만의 동양학자인 난화이진(南懷瑾)의 한시인 '하늘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 집을 나선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리는데 뽕잎 따는 아낙은 흐린 날씨를 바란다'를 직접 인용하며 "예전에 선배가 가르쳐 준 시인데 이번 청문회를 거치며 생각났다"고 말했다.

이 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4년 3월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이 간부회의에서 당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각자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비유하면서 한 읋었던 내용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총장의 말은 국민의 1부터 10까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지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다는 게 아니다"며 "각자 다양한 바람이 있는 것이고 그래서 합리적으로 의견을 조정하고 모아내는 어려운 역할을 자신이 맡았다는 뜻이 아닌가 한다"고 해석했다.

문 총장은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한시를 인용해 다양한 해석을 낳으면서도 검찰이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했다.

문 총장은  취임식에서 "이제는 검찰의 모습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 검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최근 국민의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저조하다"며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내부비리, 정치적 중립성 미흡, 과잉수사, 반성하지 않는 자세 등을 꼽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신뢰 회복을 위해 수사와 의사결정 과정에 의문이 들 경우 이를 바로 잡는 제도를 마련하고, 진술 대신 물적 증거를 중시하는 수사 방식 변화를 이끌겠다고 했다.

그는 "사법경찰, 법원, 변호사 등 '범죄로부터 국가 공동체를 방어하는 동반자'이자 업무와 관련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권위적인 내부 문화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이날 직접 정책 비전을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로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