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 거주해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가 23일 오전 89세를 일기로 노환으로 별세했다.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부모를 여의고 17살의 나이에 중국 지린성 훈춘 위안소로 강제동원됐다.

위안부 생활 3년 간 몇차례 탈출과 자살을 시도하다 구타당해 평생 왼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됐다.

김 할머니는 7차례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2007년 마이크 혼다 미국 하원의원이 주최한 청문회에 직접 나가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등록된 피해자 238명 중 37명만이 남았다. 

김 할머니는 이옥선 할머니(90)와 함께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며 배상금이 아닌 더러운 돈을 받지 않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여왔다.

김 할머니까지 231명이 숨지는 동안 일본은 사과를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전격적으로 한일 위안부문제에 대해 합의했다. 당시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단체에 알리지 않은 채 정부 단독으로 추진해 논란이 일었다. 

김 할머니는 이 할머니와 함께 지난 2016년 8월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중 일부를 위안부 할머니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히자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8월 이 할머니는 "정부를 믿고 살아왔는데 너무 서운하고 분하다.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하고 인정하는) 법적 배상금이 아니므로 받지 않겠다. 일본 정부와 싸웠는데 이제는 한국 정부와 싸우게 됐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도 몸이 불편해 침상생활에 의존하면서도 "일본의 더러운 돈 안받는다"며 단호하게 일본의 사과를 촉구했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201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이후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살아있다'는 입장이었다. 피해자가 있고 청구권도 위임하지 않았는데 재단이 일본 측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꼿꼿한 기상은 일본의 잔인함과 파렴치 앞에 평생의 소원인 사죄와 배상의 소원을 못본 채 눈을 감았다.

김 할머니에 대한 애도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빈소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