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남북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군사회담은 판문각에서, 적십자회담은 평화의집에서 열자고 정책적으로 안배된 제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6.30 쾨르버 베를린 평화구상 선언의 후속 조치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첫 대북 공식 제안이다. 

북측이 응해올 지 여부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 여부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7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남북군사회담이 열리게 되면 남북이 각각 진행하고 있는 확성기 방송 중단과 남측 수구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 등이 거론될 전망이다. 

이날 동시적으로 적십자회담도 제안했다. 김성주 전 총재 시절에서는 한번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은 이날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남북 당국회담은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이 마지막이었고 군사회담은 2014년 10월 비공개 접촉이 마지막이었다. 당국회담이 성사되면 1년 7개월만이고 군사회담만으로는 2년 9개월(33개월) 만이다.

우리 측 제안에 대해 정부는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은 이미 지난 15일 노동신문을 통해 베를린 평화구상에 대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베를린 평화구상 후속 조치의 일환인 남측 제안에 북측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올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가 이전 정부가 취해놓은 남북관계 단절 조치를 먼저 원상태로 되돌려놓는 지 등을 관망하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가늠해볼 가능성이 크다. 

남측이 북핵 불용과 비핵화 거론 등 이전 정부가 주장해온 것과 별 차이가 없는 행보를 해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측은 문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문제와 관련해 북한핵 비핵화를 위해 유엔 대북제재 강화와 국제 공조 등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전 정부가 일방적 선제적으로 취한 개성공단 중단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5.24 조치와 관련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 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 측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대륙간탄도탄까지 시험발사 성공한 마당에 북측은 조선반도의 군사 긴장은 한미군사연합훈련중단 등 조선반도의 핵심적이고 근원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조미간 직접 담판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과 만날 필요성을 얼마나 갖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측이 선택적으로 군사회담 제안에는 회담 성과를 떠나 만남 자체에 대해서는 응할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

박근혜 정권 당시 단절된 남북관계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해 군사당국자 회담을 먼저 제안해온 바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은 작년 5월 제7차 당 대회 당시 "북남 군사당국 사이에 회담이 열리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하여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의,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측이 비핵화와 관련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접촉을 제안한 것은 진정성을 담은 것으로 받아들일 경우 통크게 호응해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