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할 지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15일 산업통상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수원은 14일 오전 8시 30분 경주시 북군동 스위트호텔에세 이사회를 열고 1시간여 만인 9시 30분 쯤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일시 공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이사 13명(상임 6명, 비상임 7명)이 전원 참석했다. 회의 결과 12명이 일시 공사중단에 찬성했다. 비상임이사 1명만이 반대했다.

이에 따라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위원회 구성시점부터 3개월간 공사가 중단된다. 

한수원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공사 일시 중단 여부를 논할 예정이었지만 한수원 노동조합과 마을 주민들이 공사중단에 반대하면서 회의를 열지 못햇다.

한수원은 이에 따라 회의를 한수원이 아닌 외부장소에서 비밀리에 진행했다. 한수원노조는 이사회 개최 소식을 전해듣고 20여명이 스위트호텔로 긴급히 이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사회는 공사일시중단을 결정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한수원은 공사 일시 중단 기간은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발족 시점부터 3개월간이다. 이 기간에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이사회를 열어 추후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수원에 공론화를 위해 공사 일시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한수원은 공사 일시 중단 기간 중 기자재 보관, 건설현장 유지·관리, 협력사 손실비용 보전 등에 약 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손실비용 보전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협력사와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또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인력운용을 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공사가 일시 중단되더라도 향후 공사가 재개되면 품질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노무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공사현장 점검, 기자재 세척 등 특별 안전조치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수원은 원자로 건물의 기초 작업의 경우 원자로 안전에 중요하고 원자로 품질 확보를 위해 마무리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8월 말까지 공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한수원의 공사 일시중단 결정을 두고 환경단체와 한수원 노동조합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환경단체는 대체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린피스는 이사회의 일시 공사중단 결정을 환영한다"며 "원전은 전기료의 안정적 생산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고 남북한 대치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가장 위험하고 잠재적인 핵폭탄을 안고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노조는 이사회 결정에 반발하며 정부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수원노조는 15일 규탄 집회도 열 계획이다.

노조의 반대는 고용불안 우려가 가장 큰 이유라는 관측이다. 재적인 핵폭탄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국민들의 불안을 감안하면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론화 과정에서 노조의 고용불안에 따른 노동조합 이기주의를 자제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줄 지가 공론화 과정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현장 점검 작업과 원자로 기초 작업을 8월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관련 한수원 안팎에서는 공사를 중단하면 생계 유지가 힘들다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과 한수원 노조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