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평화구상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전쟁을 방지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상호 인정과 존중 아래 체제 안전 보장의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평화구상은 5대 정책방향과 정책실행을 위한 대북 제안으로 구성됐다.

5대 정책방향은 첫째 평화정착, 북한 붕괴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배제, 둘째 북한 체제 안전보장하는 비핵화, 북한의 안보 경제 우려 해소, 셋째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평화협정 체결 추진, 넷째 한반도 신경제지도,남북경제공동체 건설, 다섯째 비정치적 교류사업 확대와 민간교류 폭넓게 지원 등이다.

또 대북제안으로  10.4 선언에 맞춰 이산가족 상봉 재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적극 호응, 휴전협정 64주년 맞아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중지, 남북정상회담에서 모든 관심사 논의가능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평화구상 발표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한이 남북관계와 평화통일 여건 조성을 주도한다는 지지를등에 업고 대북정책 구상에 탄력을 가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북한 붕괴,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 반대' 발언의 연장선에서 '북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나 공격을 하지 않고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문 대통령은 더 나아가 "북핵 문제와 평화 체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며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도 해소하겠다"고 장기적 제안도 했다.

조선의 체제 전복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면서 북측이 요구하는 평화협정 체결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남한 정권이 평화협정을 거론한 것은 처음으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보다 진전된 대북 제안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 실행 방안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7월27일 휴전협정 64주년을 맞아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중지하자고 제안했다.

군은 2016년 1월 4차 핵실험 대응조치로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추석에 맞춰 10·4 정상선언 10주년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더해 성묘 방문을 제의했다.

이와함께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자며 북측의 참여를 재차 촉구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여건이 된다면 "한반도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 "남북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해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측은 비핵화를 대화의 조건에 다는 남북대화는 기대하지 말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ICBM 발사 성공까지 한 핵강국의 지위에서 미국과 그 추종국가들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세계최강의 핵 강국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지금까지 북측이 보여준 태도는 핵문제에 관한한 그 어느국가와도 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본질적으로 미국과 논의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평화선언에는 남북 대결 상황의 핵심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이 빠져 있다.

또 문 대통령은 여전히 대북 제재 동참과 국제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북측은 반감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ICBM 발사 규탄 결의를 끌어내기 위해 외교전을 펴고 있다. 한 독 정상회담에 이어 시진핑 중국주석과의 한중정상회담에서 "G20 정상회의가 경제문제를 다루는 장이긴 하나, 참석 정상들이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과 함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 나갈 의지를 표명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고 도움을 청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측을 대화테이블로 이끌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패를 까보인 만큼 공은 북측으로 넘어갔다. 대화재개의 중요한 열쇠는 오히려 북측이 쥐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