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을 시사한 가운데 강 후보자의 유엔 재직 시 능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내부 평가보고서가 1년 전 나왔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세계적 경영진단 전문기관에 의해 수행된 평가보고서는 강 후보자의 리더십과 아젠다를 이끌 통합관리시스템이 부실하다고 진단했다.  

MBN은 지난 31일과 1일 '강경화 후보자, UN 재직시절 혹평에 사표'(관련기사 http://www.mbn.co.kr/pages/vod/programView.mbn?bcastSeqNo=1156570)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강 후보자가 외부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예비보고서를 믿고 미리 사표를 냈다고 전했다.

MBN에 따르면 2016년 7월 UN 산하기구인 인도주의업무조정국 재직 시절 외부 컨설팅 기관의 컨설팅이 진행됐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기관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낸 보고서에는 강 후보자가 사무차장보로 근무한 UN 인도주의업무조정국, OCHA의 조직 효율성을 평가했다.

보고서는 "명확한 어젠다를 이끌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이 없었다",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상호 신뢰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강 후보자는 해당 보고서가 정식으로 발표되기 전, 예비 보고서를 접하고 이미 사표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15일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강 후보자는 국제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글로벌한 인물로 국민 지지도 훨씬 높다"며 "당차고 멋있는 여성"이라고 극찬했다.

비외무고시 출신에 여성이란 점에서 파격 인사로 주목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UN 고위 간부 재직 시절 외부 평가는 청와대의 설명과는 거리가 있다.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를 발탁하면서 위장전입 사실이 있지만 능력이 검증된 인물이고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라는 점에서 처음에는 위장전입은 사실상 상쇄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후 불거진 외교부장관의 자녀가 미국 국적자이고 경남 거제 별장의 세금 탈루의혹, 위장전입 장소가 다름 아닌 이화여고교장 관사로 드러나는 등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후보 지명 초기의 능력과 여성으로 파격 인사의 참신성은 뚝 떨어졌다.

유엔 재직시 외부컨설팅기관의 평가가 혹평으로 나왔다는 것은 청와대가 발탁 이유로 든 강 후보자의 능력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지지 성명 발표가 적절했는지도 논란을 빚게 됐다. 여성단체가 여성 발탁과 성평등이라는 상징성에 매몰돼 정작 중요한 외교수장으로 업무 능력 여부와 도덕성 문제는 덮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한일위안부 합의와 관련 위안부할머니들은 강 후보자가 나눔의집을 찾아 할머니들을 위로하자 위안부할머니는 강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 후보자가 한일 위안부합의 재협상에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강 후보자가 한일위안부합의 재협상에 독자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문 대통령은 최근 내한한 아베 특사와 만나 한국민은 위안부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분위기를 전했지만 이는 일본측이 알아서 대응해주기를 바라는 차원의 수동적 자세다.

문 대통령은 재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적이 없고 아베 일본 총리는 재협상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강 후보자는 실제로 유엔 재직 시절 위안부 문제를 다룬 경험도 없다.

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UN에서 한일위안부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여론은 일단 강 후보자에 대한 반응은 임명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강 후보자 임명에 동의한다는 여론이 60%를 넘어 임명 반대 입장의 두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도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며 임명 강행의사를 밝혔다. 여론조사 결과 국정지지도와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 의견이 과반수를 넘게 나타나자 이를 믿고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론조사를 보고 정치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론은 감안하되 정책능력과는 구별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여론과 관계없이 행정부를 비판 견제하는 것이 고유의 업무인 국회를 향해 여론을 앞세워 대 국회 압박을 통한 청문보고서 채택 재송부 요구는 3권분립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될 수 있다.

대통령은 야 3당이 정한 채택 불가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소종섭 전 편집국장은 한 종편채널에 출연해 "야당이 요구하는 것은 대통령이 본인 스스로 약속한 고위공직자 5대 비리배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며 야당이 이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 전 편집국장은 "대통령이 자신이 공약한 5대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지켜려고 했지만 현실에서는 지키기가 어렵다고 솔직하게 인정해 털고가는 자세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일간지 정치부장 출신인 한 시사평론가도 "대통령이 국민을 얘기한 것은 한 여론조사 결과를 얘기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가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부정적 입장이 많은 것도 나왔고 비슷하게 나온 것도 있다"고 여론을 국민으로 표현한 것에 무리가 있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