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 내내 극우 수구세력에 의해 짓밟히며 합창 방식으로 불려온 임을 위한 행진곡이 9년만에 민주정부 시대를 맞아 9년만에 다시 제창으로 불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당시 전남대)와 1978년 '들불' 야학을 운영하던 숨진 노동운동가 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든 노래다.

소설가 황석영 씨가 백기완 선생의 옥중 시인 ‘묏비나리’의 일부를 차용해 가사를 쓰고 당시 전남대생 김종률 씨가 작곡했다.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를 님으로 해 2000여개의 카세트테이프로 복사돼 전국으로 보급됐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정부 공식 기념식으로 지정된 1997년 이전에는 해마다 5월이면 대학가 집회 등에서 불리며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금지곡에서 해제돼 기념식에서 모두가 부르는 제창 형식으로 불려왔다.

이후 노무현 정부 당시 첫 정부 주관 기념식이 열린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기념식 본행사에서 제창되며 기념곡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 국가보훈처는 12년동안 제창돼 온 것을 일부 보수단체의 반발을 명분으로 보훈처는 공식 식순에서 제외하고 합창단 공연으로 바뀌었다.

보훈처는 이 노래가 북한 영화에 등장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야당과 5.18단체가 반발했고 여권내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2010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민요 방아타령을 기념식순에 편성해 강력한 반발을 사자 철회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내내 5.18 행사 때가 되면 해마다 논란을 빚었다.

2011년 기념식부터는 합창단이 부르고 원하는 참석자가 따라 부르는 '합창(合唱)'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반발한 야권과 시민단체가 '제창 변경'과 '기념곡 지정'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같은 해 취임한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은 거부했다.

야권은 박 전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세 차례나 발의했고 2013년부터 5·18 민주화운동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 등이 국가보훈처 주관 기념식에 참석을 거부했다.

지난해 유족들은 5·18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방침을 밝힌 국가보훈처에 강력히 항의하며, 박 전 국가보훈처장을 기념식장에서 쫓아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한차례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한차례 참석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기념식 참석도 단 한차례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당선이 되면 5·18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다"고 약속했고 지난달에는 5.18 민주묘지를 찾아 윤상원, 박기순 열사 묘비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이번 기념식에선 기념곡으로 하자고 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잃어버렸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되찾은 것이다. 묘역에 잠든 5월 영령들도 올해는 편안하게 눈을 다시 감을 수 있게 됐다.

5.18 단체에서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합창과 제창을 오가며 논란을 반복하지 않도록 국회에서 기념곡으로 정하도록 법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