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실세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16일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청와대 총무비서관 1순위로 꼽혔던 터라 그의 발표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지켜봐야 했던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다.

양 전 비서관은 이날 새벽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본인의 역할을 끝났다고 했다.

그는 "참, 멀리 왔다.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는 틀이 짜일 때까지만 소임을 다 하면 제발 면탈시켜 달라는 청을 처음부터 드렸다"면서 "그 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오래 전 그 날, 그 분을 모시고 신세계 개척을 향한 긴 항해에 나섰다"며 "풍랑과 폭풍우를 묵묵히 헤쳐 온 긴 여정 동안 그분은 항상 강했다. 당당했다"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지금까지 저는 그분에게서 단 한 번도 비겁하거나 누추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분 곁에 늘 함께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머나먼 항해는 끝났다.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한다. 그분이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것으로 제 꿈은 달성된 것이기에 이제 여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양 전 비서관은 특히 그를 둘러싼 외부의 시선에 대해 고뇌도 털어놨다. "간곡한 당부 하나 드린다. 우리는 저들과 다르다.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면서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맸지 자리를 탐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비선이 아니라 묵묵히 도왔을 뿐이다.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다"고 그간의 고뇌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란다. 비선도 없다. 그분의 머리와 가슴은 이미 오래전, 새로운 구상과 포부로 가득 차 있다.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이다. 잊혀질 권리도 달라"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전날 아내에게 비행기표를 끊어놓으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을 이끌었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이른바 '3철'(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기획본부 부본부장 전해철 의원(전 민정수석), 양정철 메시지팀장(전 홍보기획비서관) 등으로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