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리더의 진정한 힘이다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지휘 통솔력

군대조직을 운영, 관리, 유지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게 지휘기능과 참모기능이다. 지휘기능은 실병력으로 구성된 각급 제대의 장(長)을 맡아 이끌어가는 리더의 지휘통솔 기능이고 참모는 이러한 지휘기능을 인사, 정보, 작전, 군수, 민심, 정훈 등 제분야 업무를 보좌하여 부대가 부여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도록 서포트하는 기능이다.

따라서 군대의 존재이유인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무적 필승의 조직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참모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부대 성패의 총책임을 지는 리더다. 군대조직의 리더는 지휘하는 제대의 규모에 따라 지휘자와 지휘관으로 나뉜다. 지휘자는 참모 기능이 없는 분대장, 소대장을 가리키고 지휘관은 중대장급 이상 리더를 말한다. 중대장을 포함 상위의 대대장, 연대장, 여단장, 사단장, 군단장, 군사령관은 모두 지휘관이다.

지휘관은 기업으로 치면 대표이사, 즉 경영 관리자(CEO)다. 따라서 지휘관은 병력관리, 교육훈련, 전투장비, 유지 등 제분야가 고도의 전투력으로 통합 발휘될 수 있도록 뛰어난 지휘통솔력으로 부대를 운영할 때 비로소 궁극적인 지휘목표와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부대를 육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지휘통솔의 요체는 부대원을 일당백의 전사로 만들어 부대를 무적집단으로 일치단결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성공적인 지휘통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병력관리가 말처럼 쉽지 않다. 계급적 권위와 군법에 바탕한 엄정한 군기가 작동하는 특수사회라 하지만 계급과 군기로 강제한다고 하여 반드시 성공적인 지휘통솔이 이루어지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마음을 알 수 없는데다 전국 팔도에서 각자 성장환경과 개성이 다른 혈기 방장한 생면부지의 젊은이들로 구성된게 군대가 아니던가. 이러한 군대 조직의 특성때문에 이들을 반드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무적필승의 완벽한 전투 기술자로 만들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철저한 신생파악 통해 다시 태어난 무적강군

따라서 장병들을 국가안보의 첨병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계급적 권위와 군기를 앞세운 일방적, 하향적 강제된 명령이나 지시보다 장병 개개인의 육체적, 정신적인 면은 물론이고 부모형제, 친구, 전우, 이성 등 주변 인적 네트워크 전반을 속속들이 파악하여 상하관계를 뛰어넘는 일심동체형 인간관계를 형성하는게 지휘통솔 효과를 배가시킨다는 게 필자의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소령시절 포대장으로 재임했던 우리부대는 C급 대대규모로 30여명이 넘는 간부급을 포함하여 전체 부대원이 250여명 가량 되었다. 당시 성공적인 병력관리의 핵심은 철저한 신상파악이라고 판단했다. 애국심에 불타는 충일한 군인정신을 가진 장병들도 있지만 부대원들 대개는 헌법적 의무 때문에 피치 못하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끌려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식의 수동적이고 무의미한 군생활에 연연하는 부대원이 없지 않았다. 이들을 국민의 안전과 국가 보위를 위해 희생봉사 한다는 충일한 군인정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보람찬 군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국가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나이 장부로 만들어 사회에 복귀시키려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절차가 신상 파악이라고 판단했다.

부대원에 대한 신상파악은 분대장, 소대장, 중대장이 직접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신상파악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일일이 면담철에 기록해야 하는 관계로 제대로 시행하는 부대가 거의 없었다. 상급부대 검열에 대비하여 근거를 남겨 놓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행정병이 적당히 형식적으로 기록해 놓는게 대부분이었다.

특히 인원이 적은 분대장, 소대장에 비해 포대장, 중대장은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면담철 기록은 거의 행정병 몫이었다. 이와같은 형식적이고 적당주의식 신상파악은 각종 사건, 사고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함으로써 부대단결을 와해하여 전투력 저하를 부르는 요인이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였던 터라 부대원 전원에 대해 매월 1회이상 직접 면담을 하여 면담결과를 면담철에 기록하였다. 직접 면담은 포대장과 병사라는 계급적 차이, 면담 사실을 알고있는 고참병과 내무반원을 의식한 눈치보기 때문에 하고싶은 말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실때문에 직접 면담외에 매월 1회 전 부대원으로 부터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반드시 포대장 부대지휘 문제점, 부대근무시 애로사항, 개인적 고민, 건강, 동료전우 고민, 동료전우 미담, 부대발전 및 전투력 향상 아이디어, 기타 및 건의사항 등 7가지 항목을 반드시 포함하여 제출토록 하였다.

200여통이 넘는 편지를 읽고 제출된 의견을 8절지 크기로 '서신면담 조치결과' 제목으로 분야, 제목, 의견내용, 조치결과, 비고로 나눈 양식으로 정리하는데만 꼬박 2일이 걸렸다. 조치결과는 복사하여 각 내무반장에게 배포하여 내무반원들에게 설명토록 한후 내무반 게시판에 게시하여 놓도록 하였다.

이처럼 직접, 서신면담을 거듭하다 보니 부대원 각 개인의 고민과 건강은 물론 부모, 가정문제, 부대 분위기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건강이 이상이 있는 병사는 무조건 통합 병원에 보내 진료받도록 했고 특히 애인 변심 등 이성고민이 있는 병사는 외박을 보내 애인을 설득토록 하거나 필자가 직접 전화나 편지 또는 부대로 면회를 오도록 하여 마음을 돌리도록 해 주었다.

철저한 신상파악을 통한 부대원 위주 지휘, 부대 진지공사 등 작업, 교육훈련시 부대원과 계급장 떼고 함께 하다보니 무사고에 여단, 군단, 군사령부, 육군 전투력 검열에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최강의 부대로 선정되었다.

한국 과학기술원 소통으로 과학 동량지재 육성 본산되어야

부대 지휘 경험을 새삼 떠올린 것은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재학중인 학생 4명이 연쇄자살한 사건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은 1971년 고급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기초, 응용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대학으로 장차 미래국가 과학기술을 이끌어갈 과학 영재의 산실이다.

카이스트 개혁이라는 중책을 부여받고 영입된 서남표총장의 성과주의 경쟁체제 학사정책의 핵심인 성적별 등록금 차등 부과제와 100% 영어강의 부담이 연쇄자살이라는 비극을 낳은 것이라는게 일치된 사회적 분위기다. 살인적 경쟁주의가 자살을 불렀다는 분석에 동의하지만 학생들의 의지부족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경쟁적 학사정책, 학생들의 의지부족 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학교측의 구체적으로는 교수와 학생간의 소통부족이다. 국가적 과학기술 동량지재 양성이라는 대의명분하에 도입된 등록급 차등제, 영어강의 등 경쟁적 개혁 정책을 일방 강요식, 기술적으로 적용하는데만 급급하여 소통을 희생시키는걸 당연시 하였다면 이는 스승의 길을 포기한 무책임의 극치다.

대학을 지성인의 전당이라 하지 않던가. 교원의 직업윤리는 교과목의 지식 전수못지 않게 인성교육을 중시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학생을 지성인으로 육성하여 자질을 갖춘 훌륭한 사회인으로 배출하는 최고학부인 대학에 몸담은 대학교수는 특히 이점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사회에 진출하여 제구실을 다하는 지성인을 육성하기는 커녕 졸업도 하기전에 목숨을 끊도록 만들었다는건 교원윤리를 포기한 무책임의 극치가 아닌 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아까운 과학영재가 꽃을 피우기도 전에 학업전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등록금 차별제를 폐지하고 학업부담을 가중시키는 영어강의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빼놓아서는 안되는 것이 교수진의 신상파악을 핵심으로 한 적극적인 소통체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전공적성, 학업적응, 진로, 개인적인 신상고민 등 신상파악형 소통을 통해 따뜻한 격려와 함께 최대한 문제점을 해소하여 주고 학사정책에 반영시켜 준다면 최소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미연에 방지하고 학습적응, 학업성취도를 증대시켜 명실상부한 지성적 과학기술 동량지재로 육성하여 사회로 진출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이러한 산상파악형 소통은 학과장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문제다. 모든 교수를 학년별 또는 학기별로 담임 교수직을 신설하여 단순한 지식전달 자 혹은 연구원이 아닌 지성적 과학기술 동량지재를 육성하는 진정한 스승이 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6월에 들어와서 서남표 총장의 약속이행과 책임문제로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과학기술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짝이 없다.

하루빨리 내연중인 제반 문제점을 해소하고 학사정책의 경쟁적 개혁이 지식전수와 소통을 통한 인성교육이라는 교원 본연의 윤리의 생활화로 뒷받침 된다면 한국과학기술원은 대한민국 과학 입국을 책임지는 과학 동량지재 육성의 본산으로 우뚝설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