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영장실질심사에 이어 혐의에 대한 영장발부 여부에 대해 검토한 결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우 전 수석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특별수사본부 등 두번 모두 구속영장을 피했다.

법원은 전날 '국정농단 묵인 방조'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우 전 수석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실시했다.

권 부장판사는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며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은 14시간여 만에 귀가했다.

우 전 수석은 영장 기각 결정 후 검찰청사를 나오면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 본인이 청렴하기 때문이냐 검찰이 의지가 없어서 그런거냐'는 질문에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답변을 피했다.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할 일만 했느냐'는 질문에는 함구했다.
'특검이 시작되면 1년 더 수사받을 수도 있는데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합시다. 고생하셨다"며 차를 타고 청사를 떠났다.

우 전 수석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국정농단에 가담하지 않았으며, 민정수석의 권한 안에서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게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눈감아주거나 도왔다는 등의 혐의가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게 8개의 한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K스포츠클럽 사업을 빌미로 대한체육회 감찰을 검토한 정황을 새로 파악했다. 

◇ 검찰 영장 재청구할까 = 검찰은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해 불구속 기소키로 하고 박 전 대통령 기소 시점에 함께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영장 기각 결정 이후 재청구 여부에 대해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사유를 면밀히 검토하고, 지금까지 수사상황을 다시 점검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영장 재청구를 하더라도 박영수 특검에 이어 두번째 영장이 기각되면서 영장발부 가능성을 자신할 수 없게 됐다.

영장 재청구를 위해 검찰은 새로운 혐의를 확인, 추가해야 하지만 새로운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

영장기각과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의지가 강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기 검찰특별수사본부는 우 전 수석에 수사에서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수사 초기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착수 지연과 뒤늦은 압수수색과 헛탕으로 증거물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 역시 혐의를 축소해 선택과 집중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 영장기각으로 제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영수 특검은 우 전 수석에 대해 11개의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이 중 5개의 혐의를 빼고 2개를 추가해 영장에 8개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검에서 적용했던 세월호 수사방해 혐의는 관련 참고인 조사를 벌였지만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찰은 증거부족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영장청구를 했다거나 봐주기 수사였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