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중단, 성매매는 구속됩니다"

'청량리 588'로 유명한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588번지 일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한 때 200여개 업소까지 성업하며 전국 최대의 사창가로 유명했던 청량리 588이 개발을 앞두고 곳곳에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 뿌리내리고 살던 성노동자와 삐끼, 포주 등 관련자들이 떠나면서 인적이 끊긴 음산한 거리로 변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5년 집창촌,노점상,재래시장이 밀집된 청량리역 일대 11만여평에 대한 '청량리 균형발전촉진지구 개발기본계획'을 승인했다.

동대문구는 이에따라 도시 및 주거환경이 불량한 계획정비구역과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양호한 자율정비구역으로 나눠 개발하고 있다.

당초 2013년까지 사업을 종료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에서야 본격 개발이 시작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곳에는 50층이 넘는 마천루의 랜드마크가 들어서게 된다. 

착취와 유혹, 노점상 등 밑바닥 서민들의 애환으로 시끌벅적했던 이곳은 현재는 일부 몇몇 업소만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

건물주와 세입자인 성매매 노동자간에 갈등을 빚으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대립하고 있다. 

70년대와 80년대 인신매매와 포주의 화대 갈취로 경찰의 단속대상이었던 서울의 마지막 집창촌으로 유지돼왔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삐끼 생활로 먹고 살아 이곳 사정을 잘 안다는 40대 남성은 "예전에는 강제적으로 끌려와 도망치다 붙잡히면 가혹한 폭행을 당하며 사람이 사람을 착취하는 악의 소굴로 알려졌다"면서 "최근 2000년대 들어서는 세태가 변하면서 자발적 성매매 여성들이 출.퇴근하며 세월의 흐름 속에 성매매 세태가 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업소의 특성상 경찰과 업주의 유착도 뿌리깊었다. 단속 정보를 알려주는 경찰 비리가 심심치 않게 적발되기도 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것 같았던 588도 개발의 흐름을 피해가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이 곳은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경찰이 관련된 비리가 적발되면서 경찰청의 자체 감사가 확대되고 있다.

자칫 대규모 재개발 비리 사건이 터질 수도 있다는 게 경찰 안팎의 관측이다.

이곳의 개발업체는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억원의 개발 이익이 기대되는 곳이어서 개발이익을 기대하고 경찰까지 개입됐다는 첩보가 경찰에 접수돼 내사가 진행중 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설업계에는 "형제간 경영비리로 총수 일가가 법정에 선 마당에 롯데건설이 또 하나의 대형 건설비리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건설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불법과 성매매가 난무했던 청량리 588은 청량리 역을 주변에 끼고 있어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서을에 첫발을 딛는 곳이 청량리였다.

빌딩 숲 서울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들도 이곳 588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서민들이었다.

지방과 서울이 만나며 삶의 애환이 어린 곳, 청량리 588이 역사의 한 장으로 사라질 날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