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테이저건까지 발사하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 경찰의 쌍용자동차 파업 강제진압이 아직도 생생하다.

노동자에 대해서는 구속 처벌과 손해배상 둥 엄정한 법적용을 하고 과잉진압이 분명한 경찰 범죄는 처벌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 쌍용차 사태가 10년만에 과잉진압에 연루된 경찰이 처음 처벌돼 면직됐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은 쌍용차 노조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며 과잉진압응 물론 노조를 지원하던 변호인까지 체포연행했다. 하지만 진압의 지휘책임자는 승진하고 아무도 처벌되지 않아 논란을 빚어왔다.

그런데 최근 일부 경찰지휘관이 직권남용 혐의로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선고를 받고 면직됐다. 쌍용차 과잉진압 관련으로 경찰이 처벌된 것은 처음이다.

19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에 따르면 류모 총경(51)이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아 지난 9일자로 당연퇴직했다.

경찰공무원법상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퇴직하도록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경기지방청 소속 전투경찰대  중대장(당시 경감)이었던 류씨는 2009년 6월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점거농성하던 조합원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류씨는 노조 접견을 하러 온 변호사에게까지 과잉대응했다.
권 변호사는 당시 경찰에게 노조원의 체포사유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고, 전경 대원들의 방패를 잡아 흔들며 항의했다.

권 변호사는 결국 노조원에 대한 접견을 요구하며 경찰차량으로 다가서다가 체포됐다.

노조 측은 과잉진압에 항의하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체포 혐의로 유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유씨의 혐의를 인정해 기소했다.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인신구속에 신중해야 할 경찰관이 위법 절차에 항의하는 변호사의 접견 요구를 묵살하고 체포해 변호인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힌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 역시 권 변호사의 행위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정당한 권리행사일 뿐 공무집행방해로 볼 수 없다"고 지난 9일 원심을 확정했다.

경찰의 공무집행, 특히 집회 대응의 위법 행위가 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아 면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쌍용차 사태는 2009년 경영진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반발해 노조가 공장을 점거하고 전면 파업을 벌였다. 

경찰은 파업 개시 70여일만인 8월 4-5일 노사갈등에 개입해 강제해산을 결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시 '강제 진압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긴급구제 조치를 경기지방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기존의 진압 작전으로 이미 큰 인명피해가 났다"며 "경찰은 농성자와 진압대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위험한 강제진압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인권위는 "최루액과 전자충격기, 화염병 등 경찰과 노조가 쓰는 장비가 위험한데다 공장 안에 인화물질이 있어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고 노조원들이 오랜 고립으로 심신상태가 나빠져 추락과 자해 등 사고가 날 수 있다"며 인권침해 조사관 6명을 쌍용차 평택공장에 파견했다.

인권위 권고에도 경찰은 물과 식량 공급을 끊고 의료진 출입도 차단하고 도망치다 쓰러진 노동자들을 곤봉으로 후려치고 방패로 찍어 눌렀다. 

특히 경찰은 테이저건 발사와 고무총 발사 등으로 불법과잉 진압 논란이 제기됐다.

대법원의 판결이 당시 과잉진압 책임자에 대해 뒤늦게나마 처벌의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