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과잉진압, 왜 경찰의 범죄는 묻지 않나"

2009년 8월 쌍용차 사태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다. 그렇지만 쌍용차 사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경찰의 과잉진압을 당해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해고돼 아직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해고조합원들은 거리에서 농성을 하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사이 쌍용차 노동조합장은 민주노총 대표가 돼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주도 혐의로 2016년 구속돼 영어의 생활을 하고 있다. 또 숱한 노동자들이 생활고와 외상후후유증에 시달리다 수십명이 이승을 떠났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쌍용차 과잉진압의 책임자에 대해서는 아직도 처벌되지 않고 있다.

용산 참사를 초래한 과잉진압 책임자가 처벌받지 않고 있는 것과 닮은 꼴이다. 공교롭게 두 사건 모두 이명박 정권 당시 벌어진 일이다.

더구나 쌍용차 사태는 정리해고 이후 회계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구조조정을 위한 고의적 회계부정이란 의혹과 함께 경영부실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과잉진압의 책임자 처벌과 정리해고자의 공장 복귀는 아직도 이뤄지지 앟고 있다. 노동자들에게만 취해졌다.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을 되짚어 본다.

2009년 8월 4.5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과잉진압 자제 권고 조치를 내렸지만 경찰은 헬기와 고가사다리차까지 동원한 가운데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그달 12일 진압경위에 대한 보고에서는 경찰이 살인적 진압을 감행했다는 내용이 보고됐다. 

당시로 돌아가보자. 그해 8월 12일. 쌍용자동차 강제진압 피해자 증언대회.

권영국 변호사는 경찰의 불법행위라며 조목조목 발표했다.

권 변호사는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를 때려 잡는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절차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난 5일 쌍용차 강제진압 현장은 치외법권 지대였다. 물과 식량 공급을 끊고 의료진 출입도 차단하고 도망치다 쓰러진 노동자들을 곤봉으로 후려치고 방패로 찍어 눌렀다"고 전했다.

권 변호사에 따르면 집회시위현장 법집행 매뉴얼에는 '강제 해산시킬 때도 시위대의 퇴로를 확보하고 무리한 추적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다. 

또 해산 또는 도주하는 시위대를 무리하게 추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있다.

권 변호사는 "그런데 경찰이 도장 1공장 옥상에서 곤봉을 휘두르면서 노동자들을 비좁은 계단으로 몰아붙여 계단이 부서지고 일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업무상 과실치상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미 무장해제 됐거나 저항능력을 상실한 사람을 무차별 폭행한 것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집회시위현장 법집행 매뉴얼에는 "시위대는 적이 아니므로 적대감을 갖거나 가해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다.

권 변호사는 "집단폭행과 상해행위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발암물질인 최루액의 남용 역시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에 해당한다. 최루액에 함유된 디클로로메탄은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관리대상 유해물질로 노동부 고시에는 발암성 추정 물질로 분류돼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는 현장 책임자의 판단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최루제와 최루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경우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쌍용차 강제진압의 백미(?)는 전자충격기 테이저건이 집회 현장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점이다.

사망 위험이 높은 전자 충격기, 테이저 건 역시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다.

국제사면위원회는 "미국에서 150명 이상이 테이저 건을 맞고 사망했다"면서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테이저 건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경찰청 훈령에는 테이저 건을 대 테러장비로 분류하고 전극 침을 안면을 향해 발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목적 발사기, 고무탄 총 역시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인질범의 체포 또는 대 간첩, 대 테러작전 등 공공시설의 안전에 대한 현저한 위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최소한의 범위안에서 다목적발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권 변호사는 "쌍용차 노동자들은 간첩도 테러리스트도 아니다. 쌍용차 공장은 공공시설이 아니라 민간기업이며 이들의 일터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로도 고무탄 총을 발사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물과 식량 공급을 차단한 것은 명백한 직권 남용이고 생존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소화전을 차단한 것은 소방기본법 위반이다. 소방기본법 위반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다.

권 변호사는 "경찰은 경기도 소방서가 단수 해제를 요구했는데도 이를 거부했다.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의료품 반입과 의료진 진료를 차단한 것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응급의료를 방해하는 행위 역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다.

법조계에선 용역경비들의 폭력행위를 방조한 것은 직무유기를 넘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이를 명령한 경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한다.

권 변화는 경찰이 용역경비들에게 경찰복과 방패를 빌려준 것은 공무원 자격 사칭죄의 교사 또는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소화전 차단은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찰의 물대포 사용으로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면서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자 물대포의 남용을 막기 위해 경찰에 소화전 공급을 중단 조치한 바 있다.

이 경우는 쌍용차 사태에서 경찰이 취한 조치와 크게 대비된다. 박 시장의 조치는 시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으며 안전한 집회를 보장해주는데 도움이 됐지만 쌍용차 사태에서는 노동자들을 진압하는데 사용됐다는 점에서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