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국민으로부터 거센 해체 요구를 받고 있는 전경련이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다시 회장으로 선출하고 전경련을 계속 유지하기로 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에 부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탈퇴로 이어져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전경련은 24일 제56회 정기총회를 열고 허창수 회장을 유임 결정했다.

국민 여론을 무시한 결정을 또다시 내린 것이다.

전경련은 3월 중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쇄신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요구는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꼽고 자진 해체를 요구했지만 전경련은 쇄신 꼼수로 존치를 결정했다.

이에따라 시민 사회단체의 비판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경련은 4대 그룹이 이미 탈퇴하고 앞으로도 더 탈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이 재계에서 과거처럼 위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경련은 회장을 세우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전경련은 CJ 손경식 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하려 했지만 손 회장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오너 위주의 경제단체여서 오너 회장이 없으면 식물 상태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허 회장을 정기총회 하루 전 가까스로 회장을 맡기기로 했다.
허 회장은 임기 2년의 회장을 4연임하게 됐다.

허 회장은 정기총회 직전 연임 이유에 대해 "더 좋은 분한테 물려주기 위해서 결심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취임사에서 “전경련이 환골탈태해 완전히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정경유착 근절, 사업·회계 공개 등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기능 강화 등 3가지 혁신방안을 제시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로 이달 말 불명예 퇴진하게 된 이승철 상근부회장 후임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선임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19회) 출신인 권 신임 부회장은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등 정통관료 출신이다.

전경련은 다음주 중에 허 회장을 위원장으로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내부인사 3인과 명망 있는 외부인사 3인으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를 만들고, 다음달 쇄신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혁신위는 정경유착 근절방안과 운영·회계 투명성 및 싱크탱크 역할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경련은 연간 회비의 80% 가까이 부담해온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재정도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여기에 포스코(재계 순위 6위)도 전경련에 탈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전경련 부회장 중 한명이었던 권오준 회장도 부회장직을 사퇴했다.

포스코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회장 인선에 최순실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날 총회는 참석 대상 554개 회원사 중 80%가 위임장을 제출하는 바람에 실제 참석자는 100여명에 그쳤다.
전경련의 회장 유임에 시민단체는 즉각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성명을 내고 “허창수 회장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데도 다시 회장에 유임됐고 사퇴하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이제 전경련이 어떠한 쇄신책을 제시해도 믿지 않는다”고 믿음이 떠났음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