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안에 똥을 누었다

                                                                     이명덕

마치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 같다.
동그르르 감아올린 모습이 낯익어 들여다보니
똥이 아닌가
노리끼리하게 잘 말라붙은 게
누구도 손안댄 소라빵
말라가고 있다 가장 오래된 햇살과 더불어

둘러보니 해우소가 바로 가까이 있는데도 저 똥 어떤 사정일까 누구일까

냄새도 없다 배시시 웃고 있는 수도승처럼
오히려 깨끗한
날벌레 하나 날아들지 않는
靑銅(청동)의 똥

한때 내가 차려준 밥 잘 먹고
길을 나선 사람아
시간이 지난다는 것은 정말이지 깨끗해진다는 것인가
냄새도 없이

[동랑출판사 '동랑시선'  <그 여자 구름과 자고 있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