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의 김정남 피살 수사 발표와 관련 말레이시아 주재 조선 대사관이 22일 경찰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체포된 조선 국적의 리정철을 포함한 용의자 석방을 요구했다.

이날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의 수사 발표에서 독살의 명확한 증거와 친족의 유전자 확인없이 김정남으로 확정해 독살로 기정사실화해 발표한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조선대사관은 22일 오후 대사관 앞에서 3쪽 분량의 성명을 발표했다. 강철 대사가 직접 기자회견을 갖던 것과 달리 이날은 성명으로 입장을 밝혔다.

조선 대사관은 성명에서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말레이 경찰은 체포 용의자들로부터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며 "말레이가 한국이나 외신의 근거 없는 주장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수사에 있어 조선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 대사관은 그러면서 "말레이 당국은 일반에 공개된 CCTV 영상과 여성 용의자들이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에 독을 발랐다는 망상에 근거해 수사해왔다"며 "그렇다면 여성들은 사건 발생 후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겠는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조선 대사관은 "이는 그들이 '장난'으로 문지른 액체가 독(毒)이 아니며, 사인은 따로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은 그러면서 자국민 리정철 체포가 '불합리하다'면서 그와 베트남·인도네시아 국적 여성의 석방을 촉구했다.

대사관 측은 지난 20일 말레이 외교부가 같은 날 강 철 주(駐) 말레이 북한대사가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에 대해 "망상과 거짓, 반쪽 진실을 골라 모은 것"이라고 반박한 것에 대해서도 재반박했다.

조선 대사관은 "조선의 주권에 대한 극도의 모욕이며 국제법과 관행, 외교적 특권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인 동시에 말레이시아가 한국 쪽 주장을 편든다는 명백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북 대사관은 이어 "수사는 사인을 확인하고 검거된 2명의 여성 용의자들의 진술에 근거해 용의자 수색에 집중돼야 했는데 처음부터 조선 시민에 의심을 고정하고 겨냥했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남측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사망자의 신원을 확정 짓는 데만 집착하고 있으며, 사망한 조선 시민에 대한 우리의 신원 확인요구를 고려하지 않고, 신원 확인과 DNA 테스트를 하기 위해 그의 가족이 나타날 것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 대사관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거론한 외교관과 고려항공 김욱일 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말레이시아 칼리드 경찰청장은 이날 낮 12시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결과에 조선 대사관소속 현광성(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씨가 새로 연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고 김정남의 아들 등 유족이 나타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