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 용의자 5명은 모두 조선 국적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독극물에 의한 사망이라는 추정 외에는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리정철 외에 나머지 용의자 4명은 모두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 경찰부청장은 19일 사건 발생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아브라함 부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에서 신원이 확인된 남성 용의자 5명의 국적이 북한"이라고 밝혔다. 

용의자는 지난 17일 검거된 리정철(46) 외에 리지현(52)·홍송학(33)·오종길(55)·리재남(57)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들은 리정철을 제외한 4명 모두 사건 당일(13일) 말레이시아를 떠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리지우 등 다른 북한인 3명을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이들도 추적 중이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의 배후가 조선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단정하지 않았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보느냐에 대해서는 "용의자들이 모두 북한 국적"이라며 "더이상은 말할 수 없다"며 조선이 배후라는 관측에 선을 그었다.

경찰은 김정남 피살의 사인에 대해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사인은 아직까지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아브라힘 부청장은 "김정남의 사인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독성 검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성물질 분석 결과를 포함한 부검 보고서에 대해 "부검 보고서를 아직 받지 못했다. 사인 독성검사가 끝나면 김정남 사인이 확인될 것"이라며 "보건당국의 검사 보고서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측이 시신 인도를 요구한 것과 관련 김정남의 유가족 측이 시신 인도를 요구하면서 경찰은 "유가족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자히드 부총리가 김정남 시신을 조선에 인도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달라진 분위기다.

한국 정부는 조선이 배후라는 공식 언급을 내놨지만 조선이 배후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히드 부총리는 앞서 지난 16일 "조선이 김정남 피살의 배후라는 국내 언론의 관측에 대해 "추측 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조선대사관은 사건 발생 이후 검안 과정 등을 지켜 본 뒤 사건이 정치공작에 의한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조선 대사가 입회하지 않은 가운데 부검이 이뤄진 반면 한국 당국자는 검안에 참여해 지문 확인까지 했기 때문이다.

강 대사는 긴급 입장발표를 통해 "조선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말레이시아와 한국이 결탁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측이 최순실 스캔들을 벗어나기 위해 (조선의 최고 수뇌부 일가까지) 해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용의자들이 4명이 모두 말레이시아를 벗어난 반면 리정철이 숙소에서 손쉽게 검거된 것은 공작조 소행으로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공식 조직이 아닌 북한 체제에 반대하는 탈북자나 조선 내 김정은 지도체제에 대한 반대세력이 기획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 제기된 남성 용의자가 암살에 동원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에 대해 한국에서 쇼핑을 시켜줬다는 전언을 감안하면 국내 기관과 반북 적대세력이나 탈북자들이 연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 정보관계자는 "탈북자에 의한 소행이거나 반 김정은 세력에 의한 기획으로 드러날 경우 이들에 대한 철저한 처벌(형)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한국 정보기관이 정권교체 위기감 고조와 최순실 스캔들 국면전환용으로 탈북자를 이용한 반북 공작(북풍) 차원에서 암살이 시도됐을 경우 예상을 초월하는 보복 조치를 위한 공작조 파견까지도 배제할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건 전모가 드러나면 상황에 따라 자칫 군사적 충돌 쁀만 아니라 조선 내부에도 커다란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하며 동북아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