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이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통보한데 이어 SK 최태원 회장의 사면 거래 의혹을 뒷바침하는 대화 녹취록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SK그룹 사면 거래 의혹 수사도 본격 속도를 내게 됐다. 

특검은 녹취록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사이에 뇌물죄(공여, 수수) 적용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SBS는 SK 최태원 회장이 8.15 특사 결정 사흘 전에 구치소에서 SK 임원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2015년 광복절 특사와 관련 최태원 SK 회장 사면이 결정되기 사흘 전인 지난 2015년 8월 10일 김영태 SK 부회장이 구치소에 찾아가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과 면담했다.

최 회장은 김 부회장이 구치소 생활을 위로하자 "견디기 힘들긴 뭐. 며칠만 있으면 되는데"라고 대답했다. 최 회장은 이미 사면될 것을 예감한 분위기다.

이에 김 부회장은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며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했다.

특검은 왕 회장과 귀국 결정이란 말에 주목하고 있다. SK에서 왕 회장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특검은 왕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게 특검의 관측이다.

구치소의 특성상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은 녹취된다는 점을 감안해 은어로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김 회장이 특사 출소 직전 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했고 SK도 재단을 지원해야 한다"고 최 회장에게 결정사항을 전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SK는 미르재단 68억(SK), K스포츠재단 42억(SKT, SK종합화학 21억5천씩) 등 총 111억 원을 출연했다.

특검은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2014년 11월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안종범 전 수석을 만나 최 회장 사면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김 의장은 그 뒤에도 안 전 수석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다가 사면 결정 뒤 감사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지난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 회장과 김 의장은 국정조사에선 의혹을 부인했다.

최태원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사면의) 대가성을 갖고 출연한 바는 전혀 없고, 그건 제 결정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최 회장은 국회 위증혐의까지 추가돼 수사를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