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개헌 논의를 정략적으로 분석한 보고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당내에서 초선 그룹 의원들이 문재인 후보 지원을 노골화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서는가 하면 영남권 대선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개헌을 정략적으로 바라본다고 비판했다. 보고서 파문은 국민의당도 비판하고 나서자 더민주당은 반박하고 나서면서 야야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3일 민주연구원이 지난달 말 발간한 <개헌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 & 더불어민주당의 선택> 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입수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사실 민주당이 개헌논의를 사실상 저지하기 위한 방어 전략을 담고 있다. 국회가 개헌특위를 발족하고 국회의원 다수가 개헌에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부르고 있다.

민주연구원장은 친문계의 김용익 전 의원이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연구원 보고서가 퍼지자 당내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보고서는 개헌 특위 구성과 관련, "4년 중임제에 긍정적이거나 비슷한 입장을 가진 의원을 다수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적극적 개헌론자나 이원집정부제 주장자의 특위 참여를 소폭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4년 중임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선호하는 개헌 형태다.

보고서는 또 "현실적으로 대선 후 개헌을 약속한다 해도 대선 뒤의 경제 위기나 각종 현안으로 개헌 추진이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더 나아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제3지대에서 결집한다면 '비문 연합과 문 전 대표'의 선거로 전환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어 당의 크나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계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가 촛불 민심에 반하는 야합임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라며 촛불민심과 제3지대를 분리시키도록 제안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어 "문재인 전 대표나 추미애 대표가 대선 전 개헌 반대론을 고수하는 것은 비문 전선을 공고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전략적 수정을 시도해 사전 차단 또는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안철수, 이재명, 박원순 등 야권대선주자들도 찬성하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 대선 결선투표에 대해 "임기 단축은 전향적인 입장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결선투표제 도입은 최대한 모호성을 견지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에 대해서는 반대도 찬성도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29일 작성돼 개헌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 개헌특위 위원들과 당 전략기획위원장에게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이와관련 당내 개헌특위 위원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은 당의 공식기구가 문재인 후보 만들기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선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 공식기구가 편향성을 드러내면서 당내 분열, 나아가 경쟁주자들의 탈당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경계심도 나오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친문계는 동아일보 취재에 "보고서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비롯한 몇몇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 5명에게만 전달한 것"이라며 "친문 인사에게만 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더민주당 초선의원 20명은 3일 보고서와 관련, "'국회 개헌특위'를 사실상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성명에는 강훈식·기동민·김병기·김병욱·김성수·김영진·김영호·김종민·박용진·박재호·송기헌·어기구·위성곤·이철희·이훈·임종성·정춘숙·조응천·최명길·최운열 등 초선의원이 대거 참여했다.

기동민, 조응천, 이철희, 임종성, 최운열 등 20명의 의원들은 이날 오후 성명서 발표를 통해 "오늘 언론에 보도된 민주연구원의 개헌 관련 보고서는 개헌에 관한 찬반 등 입장의 차이를 떠나 다음 몇 가지 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들 의원들은 우선 "당내 경선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정인을 당의 후보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후보로 된 이후의 대처 방향까지 제시하는 등 편향성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민주연구원이라는 당의 공식 기구에서 낸 보고서에서 ‘비문 연대, 비문 전선, 비문 결집’ 등의 표현을 쓴 것은 당의 분열을 자초하는 행위"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한 개헌 특위 구성과 관련해서도 "특정 개헌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을 다수로 하고 적극적인 개헌론자들은 소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식의 의견은 개헌 특위 활동을 지지부진하게 만들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개헌을 약속한다 해도 대선 뒤의 경제 위기나 각종 현안으로 개헌 추진이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대목에 대해 "개헌에 대한 우리당의 진정성을 의심케 만들고 있다"며 "대선 전 개헌 반대론의 출구 전략으로 대선 후 개헌 공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렇더라도 개헌은 사실상 실천하기 어렵다고 본 것은 우리 당의 개헌 추진 의지를 스스로 폄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추 대표에 대해 "당 대선의 공정한 관리 책임자로서, 이 문건의 작성, 배포 경위 등 진상 조사와 관련자 문책, 재발방지대책 등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고,우상호 원내대표에 대해선 "‘국회 개헌특위 구성’의 원칙과 기준을 상세히 밝히고, 향후 '개헌특위' 활동에 당내 다양한 의견들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내 대선주자로 개헌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는 김부겸 의원도 이날 "당의 공식기구인 민주연구원이 벌써 대선 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편향된 전략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민주연구원장의 공식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며 김용익 연구원장의 해명을 촉구했다.

그는 또 "개헌 논의를 ‘정략적’ 차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문제"라면서 "제가 주장하는 개헌은 정략이 아니라, 촛불 민심을 완성하고 대한민국 대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자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분권’과 ‘야권의 공동개헌안’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연구원은 특정 후보가 아니라, 당의 집권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민주연구원의 본분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 바란다. 특정 후보 편향의 활동은 당의 단결과 통합을 해치는 해당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