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대규모 하야촉구 촛불집회를 하루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 사표제출을 지시했다.

국정농단의 핵심인 국정 농단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최순실씨와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도 독일과 중국에서 이날 "귀국해서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28일 밤 10시 33분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저녁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음. 이에 따라 대통령은 조만간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임"이라는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수석비서관은 아니지만 그동안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박 대통령곁을 지켜온 정호성 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파문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급격한 민심이반과 여론 악화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1차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대통령 면담을 갖고 조속한 인적쇄신을 요청했다. 이어 정진석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과 파문 수습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인적쇄신을 하지 않을 경우 당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청와대는 이날 낮까지도 "다각적 방향에서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도 "현재 인사 시스템상으론 약간의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한 점을 감안해 양해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최순실씨도 그제(2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심장이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안좋아 조기 귀국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언론에서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정황이 속속 전해지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급격히 악화됐다. 이날 한국갤럽은 박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취임 후 최저치인 14%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도 조속한 인적쇄신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 최순실 부역자들의 전원 사퇴 등 3대 선결 조치를 요구하면서 "이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최순실 특검' 등 현재 새누리당과 하고 있는 모든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25일 대국민 사과 이후 여론의 추이를 살폈지만 오히려 여론이 그동안 부인해온 것이 모두 거짓말로 드러나자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민심 악화 여론이 더 나빠지면서 추가적인 조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지난 26일 이미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에 머물고 있는 최순실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면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체류 중인 차은택씨도 이날 "다음 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와 차씨는 지난 9월 초 비슷한 시점에 출국했고 두 사람이 해외로 도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은 청와대 눈치를 살핀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이날 긴박하게 나온 청와대 발표는 청와대와 최순실씨 측이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최근까지도 "지금은 (한국에) 들어갈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고, 차씨는 언론 접촉을 계속 피해왔었다.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잠적했던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도 나타났다.

조 전 비서관은 어제 "최순실씨를 모른다"며 "청와대 연설문 유출은 없었다"며 "연설문이 수정돼 왔다고 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축소해 대통령을 엄호하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최씨가 하루만에 귀국의사를 보이고 그제까지 공식행사에 나섰다가 면전에서 박근혜 하야 시위라는 봉변을 당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박 대통령과 최씨, 조 전 비서관이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조윤선 문화부 장관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정책질의에서 최순실씨를 전혀 모른다고 부인했다.

대통령의 공식 전현직 측근이 최순실씨를 알지 못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 청와대와 조율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조윤선 장관과 조 전 비서관이 잇달아 최씨를 모른다고 한 뒤 최순실씨 귀국 의사와 박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사표제출 지시가 연속되면서 긴박한 협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