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봉건시대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1일 청와대 비서실과 안보실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서 전날 최순실씨의청와대 국정개입 의혹 질의에 대한 대답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대통령 연설문이 사전에 최순실씨에게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청와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최순실 스캔들에 휘말린 청와대는 25일 "모든 경위를 파악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오전 11시 현재까지 더이상의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날(24일) 최순실씨로 연설문 사전 유출이 사실이 24일 JTBC 보도로 알려졌고 최순실 엄호용 개헌카드를 꺼냈지만 소용이 없는 상황이 되자 경위 파악 한마디 외에는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언론의 사실 확인취재에 이원종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 정연국 대변인 등 청와대 주요 참모들은 전화기가 꺼져있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청와대는 최씨의 연설문 수정 보도에 대해 말도 되지 않는다며 일축해왔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최씨의 최측근이자 박 대통령의 가방을 제작한 고영태씨가 "최씨가 제일 좋아하는 건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는 일"이라는 발언 보도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연설문 수정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지도 않은 일"이라며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 거론하기도 싫은 일"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믿을 사람 있겠느냐"고 했다.

이재만 총무비서관도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친분관계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정도로 알고 있다"며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는 뉘앙스로 대답했다.

청와대 시스템상 대통령 연설문은 통상 관련 수석비서관 등 참모 회의를 거쳐 연설기록비서관이 초안을 작성하고 대통령 보고 전 관련 참모들이 다시 한 번 모여 문구를 가다듬는다.

이런 과정을 거친 연설문은 부속비서관(정호성)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대통령이 최종 수정을 한다.

8·15경축사 등 중요한 연설의 경우 대통령이 참모진을 모아놓고 독회(讀會)를 갖기도 한다.

청와대는 유출 경위에 대해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설문 유출담당이 누구인 지 관심이다.

JTBC는 최씨에게 전달된 문건의 작성자가 박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라고 보도했다.

연설문 유출 시점인 2012년 12월~2014년 3월 사이 연설기록비서관은 조인근 전 비서관이었고 대통령의 1·2부속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이었다.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 이후 자리 이동을 해 정호성 비서관이 부속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청와대는 문건 유출과 관련해 반응은 유독 단호한 조치를 취해왔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1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직기강을 거론하며 '국기문란'이라고 밝혔다.

이후 청와대는 박지만씨에게 문건을 정윤회 관련 사정문건을 전달하고 세계일보 보도로 파문이 일자 조응천 공직비서관과 박관천 경위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사법조치를 취했다.

청와대의 문건유출은 국기문란은 김석수 특별감찰관에게도 적용됐다. 김 특감이 수사정보를 조선일보 기자에게 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기문란이라고 규정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연일 터져나오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박 대통령이 임기 말 레임덕을 막기 위해 공직기강을 다잡고 있지만 망연자실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실무 참모진 중 몇몇은 사표를 제출해 놓고 있는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사정을 잘아는 여당 관계자는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이 사직한 것도 최순실씨의 영향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며 "조 전 비서관은 연설문이 자꾸 외부에 의해 손을 대지는 것에 마음을 상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들은 바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와 같은 국기문란으로 규정하는 입장을 박근혜 대통령이 보일 지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이날 오전 박근혜는 일정대로 덴마크 총리를 접견하고 한 덴마크 정상회담을 갖는 여유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