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최대 비선실세로 꼽히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연설 원고에는 빨간글씨로 곳곳에서 수정된 것으로 나타나 연설문 원고를 사전에 받아보고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통령이 연설한 원고와 달라진 경우도 있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정황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 씨는 무려 44개의 대통령 연설문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받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가 사용하던 개인컴퓨터를 확보해 파일 200여개를 입수, 분석한 결과 44개의 사전 연설문 원고를 발표 시점에 이전에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가 들여다본 내용은 이른바 통일대박론으로 화제가 된 '드레스덴 연설문'(2014년 3월 28일)의 경우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오롯이 녹아있는 연설문이다.

드레스덴 연설문은 대북관계 로드맵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지 공감을 보내기도 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극도의 보안 속에 내놨던 자료여서 청와대 관계자들마저 극히 일부만 알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바로 최순실 씨가 이 드레스덴 선언문 역시 하루 전에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상황을 보면 박 대통령은 1월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두달 뒤 박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 광장에서 "한국의 자본 기술과 북한의 자원 노동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의미하며, 장차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설 시간은 3월 28일 오후 6시 40분(한국시간)이었는데 최순실 씨는 파일 형태로 3월 27일 오후 7시 20분 사전원고를 열어봤다. 만 하루전인 23시간 40분 전에 미리 받아본 것이다. 최 씨가 미리 받아본 원고 곳곳에는 붉은 글씨도 있다. 이 부분은 박 대통령이 실제로 읽은 연설문에서 일부 내용이 달라지기도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공식라인 참모는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의 연설문 수정을 하며 청와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어떻게 밖으로 활자화되는 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그건 사실 입에 올리기도 싫은 성립이 안되는 얘기"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18년 보좌한 이재만 총무비서관 조차도  최씨와 박 대통령이 절친한 관계 아니냐는 질문에 "언론에 보도된 정도로 저도 알고 있다"며 "그건 의원께서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라며 친분관계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이 비서실장이 국정감사에서 한 말대로 진짜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의 시스템과 별개로 박 대통령 최측근과 최순실씨가 긴밀한 사적관계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청와대 시스템상 최순실씨가 사전에 원고를 받아볼 수 없다. 그런데 사전원고를 받아봤다면 청와대 시스템이 아닌 박 대통령 자신이거나 박 대통령의 최측근만이 사전 유출한 인물로 된다. 

이와관련 일각에서 아이디 사용자가 거론되면서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거명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는 정 비서관이 유출자로 지목된다는 기사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삭제 조치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