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이 주요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면서 전경련을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전방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권인사들도 전경련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회원사들의 불만도 커지면서 회비 납부를 거부하며 사실상 탈퇴 수순을 밟고 있는 회원사들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순기능은 사라졌다"며 전경련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기동민 더민주당 대변인은 "전경련은 정부의 대기업 모금 창구로 전락했을 뿐이고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로만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이 관제데모 의혹을 받고 있는 어버이연합 우회 지원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 정권의 비리 의혹과 관련된 주요한 정치 사안마다 전경련이 관련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기 대변인은 "정부가 주요 정책을 추진하거나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실로 재단을 만들 때마다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모금활동을 해왔다. 삼성이 기준을 정하면 현대는 얼마를 내는 식으로 기업들의 각출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기 대변인은 "괘씸죄에 걸리지 않기 위한 처세였고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였다며 전경련은 그 과정에서 정부를 대신해 기업의 주머니를 터는 돌격대 역할을 자임해왔다"고 지적했다.

기 대변인은 "전경련은 해체돼야 한다. 해체가 아니라면 해체에 준하는 개혁을 통해 기업의 이익과 경제비전을 고민하는 순수한 민간단체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도 같은 날 공동성명을 내고 "전경련이 문제가 되고 있는 두 재단을 해산하고 이를 통합하여 새로운 재단을 설립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회원사들에 오히려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발전에도 역행하는 전경련은 그 존립 근거를 잃었으므로 회원사들이 결단을 내려 전경련을 해산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더민주당은 6일에도 전경련 해체를 요구했다. 금태섭 대변인은 "전경련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재원 총 800억원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의 자금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기업들 사이에서조차 인기를 얻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전경련의 존재가치가 무엇인지 답할 수 없다면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1961년 7월 박정희 정권이 부정축재자들을 석방하면서 경제재건촉진회를 설립하도록 한 것이 모태가 됐다. 묘하게도 박정희의 딸 박근혜 정권에 와서 또다시 창조경제를 모토로 한 전경련 부회장 이승철이 앞장서 돈을 거두는데 큰 역할을 하면서 다.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의원들이 강도높게 전경련 해체를 요구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부패정권과의 결탁 통로로 작용하며 재벌 대기업의 이익보호에만 앞장서는 전경련의 발전적 해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미르 재단 불법모금과 증거은폐를 위해 재단을 해체하려는 전경련 해체와 재단에 참여한 대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도 질타했다.

박근혜 정권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경제관련 보수단체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전경련에 대해 자기고백을 했다. 김 연구원장은 ""전경련이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며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이미지를 개선해 기업들이 사업을 보다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인데 현실은 각종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대기업 이미지를 나쁘게 해 오히려 역작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대선 주자급들도 전경련 해체에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와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원장도 전경련은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전경련 해체는 여당내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중진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전경련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체를 주장했다.

전경련 해체론은 8일에도 이어졌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재단 설립 과정에서 전경련은 개별 기업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전경련은 과거 산업화 시대와 달리 현재는 역할이 크게 의미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정치권력이 대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는 통로가 된 만큼 해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전경련 회장단은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에 수천억원의 정치자금을 대며 권력에 줄을 대거나 회장을 지냈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창업주가 대선에 출마하는 등 정치에 적극 개입해왔다.

탈퇴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공식 회원사는 대기업과 각종 경제단체 등으로 600곳이다. 하지만 운영이 몇몇 대기업 위주로 이뤄진다는 불만과 함께 돈만 걷어간다는 볼멘소리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은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 5월부터 회비 납부를 중단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올해초부터 회비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역시 2014년 회비납부를 거부하며 사실상 탈퇴한 상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전경련의 회원은 대기업계열사와 국책은행, 공공기관, 경제단체들로 구성돼 있는데 전경련은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며 "우리는 돈만 내주는 들러리라는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