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5일 새벽 제주를 통과해 남해안 여수와 부산, 울산을 잇달아 강타했다.
차바가 지나간 곳은 곳곳이 처참했다.
역대급 태풍에 한반도 남부는 반나절 만에 폭탄을 맞은 전쟁터처럼 곳곳이 폐허가 됐다.

부산은 최고 8m의 거대한 파도가 덮쳤다. 해안가 도로는 온통 뒤집어지고 떨어져나갔고 해안가 음식점들은 유리창이 박살나고 완전히 파괴됐다.

특히 부산의 최고급 초고층 주상아파트가 밀집된 해운대구 마린시티는 아수라장이 되며 재난에 취약한 것으로 다시한번 재확인됐다.
길이 780ｍ 높이 5.1ｍ의 방파제와 그 위에 들어선 1.2∼1.3ｍ의 해안 방수벽은 최고 8m의 파도에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마린시티는 앞서 2003년과 2010년, 2012년 잇따라 월파 피해가 발생했다.
2003년 태풍 매미 때는 마린시티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차량 수백 대가 침수되기도 했다.
2010년 태풍 뎬무, 2012년 태풍 볼라벤과 산바 때도 마린시티 일대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은 100억원 대의 손해를 입었다.

이에 해운대구는 2012년 마린시티 해안도로의 방수벽을 설치했지만 이번에 다시한번 태풍 피해에서 안전에 한계를 드러냈다.

방수벽은 이런 피해를 줄이려고 설치했지만 조망권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의 절반 높이밖에 설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강풍을 동반한 태풍 차바가 남해안을 거쳐 부산에 이르면서 때마침 만조에 수위를 끌어올리며
해안도로를 집어삼키고 도로 건너편의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 1층으로 들이닥쳤다.

바닷물은 해안도로를 운행하던 버스 안으로도 밀려들었다.
마린시티 일대는 부서진 도로경계석 등 잔해로 아수라장이 됐다. 우럭이 방수벽을 넘어온 우럭사진이 한때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