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 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137일만에 숨진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에 주치의가 병사로 기재된 것에 외압이 없었다고 밝힌데 대해 유족들은 또 다른 기록을 공개하며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백남기 농민이 병원으로 실려온 직후 CT촬영에서 '수술 불가 결론'이 난 상태에서 수시간뒤 백선하 교수가 수술을 진행한 뒤 '연명치료를 받으면 장기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발언했고 결과적으로 사망진단서에도 병사로 기록해 일각에서는 사전에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기록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백 교수는 가족이 연명치료에 반대했다며 연명치료를 받았으면 외인사로 기재했을 것이라고 사망원인 기재를 가족탓으로 돌렸다. 

백 씨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3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씨 수술 당일 주치의 백선하 교수가 유족에게 수술 경과를 설명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백도라지 씨에 따르면 백 교수는 백 씨가 병원에 실려 온 지 약 3시간만인 밤 10시30분쯤 등산복 차림으로 응급실에 도착했다.

도라지 씨는 "그날 응급실에 있던 신경외과 조 모 교수가 CT를 찍는 등 약 2시간 동안 아버지 상태를 체크한 뒤 가족에게 '아버지 안 돌아오신다. 뇌출혈이 너무 커서 수술 자체가 불가능하다. 집 근처 요양병원에 모시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백도라지씨는 "이미 수술 불가 결론이 난 상태였는데 백 교수가 와서 수술을 하겠다 했다"면서 "백 교수는 '연명치료를 하다 보면 장기부전으로 돌아가실 것'이라면서 실제 벌어진 일을 그때 예상을 다 하셔놓고 인제 와서 '가족이 연명치료를 거부해 병사에 이르렀다'고 주장하시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백 교수가 수술을 마친 작년 11월15일 새벽 가족들에게 "응급실에 막 오셨을 때는 뇌뿌리반사나 통증 반응이 전혀 없었는데 오후 10시 이후에 반사·반응이 조금 있어서 수술을 했다"고 설명한 모습도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백 교수의 뒤늦은 수술 시행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김경일 서울시립 동부병원 전 원장은 "수술 불가 결론이 나고 한 시간이나 지난 상황에서 갑자기 다시 수술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백 교수가 진단서에 '병사'라고 적기 위해서 수술과 연명치료를 강행한 것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보라 내과전문의는 "진료 기록에서 백 씨 의료진이 상급자인 신찬수 진료부원장에게 주기적으로 백 씨 상태에 관해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기도 한 사실이 발견되는데, 이는 의료계에서 매우 드문 일"이라고 주장했다.

백 씨 유족 법률대리인인 이정일 변호사는 "유족 측이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국가 손해배상청구소송 과정에서 확보한 경찰 측 해명을 보면, 구 전 청장은 백 씨 부상 사실 인지 직후에 혜화경찰서장을 서울대병원으로 보내 서울대병원장에게 긴급히 협조 요청을 해서 신경외과 최고 전문의인 백선하 교수가 수술을 하도록 했다"면서 "백 씨에 대한 수술 및 연명치료 결정에 외부적으로 어떠한 판단이 있지 않았나 추정된다"고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