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에 서울대병원이 병사로 기록한 것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본지 지난 26일자 '관련기사 <법원,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기각. 서울대병원측 사인 병사로 판단 논란>)

서울대병원은 이 사망진단서에 심폐정지라고 기재해 사인을 병사로 기록했다.
사망진단서를 보면 (가)직접사인은 '심폐정지', (나)가의 동인 '급성신부전', (다)나의 동인 '경막하출혈'로 기재했다.
사망의 종류는 병사, 외인사, 기타 중 '병사'로 기재했다.

SBS가 지난 30일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4일 시위현장에서 직사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뒤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직후 뇌 CT 촬영한 결과 뇌 안에 급성뇌출혈, 외부공기 유입, 두개골 골절이 기록됐다.
두개골이 머리 뒤쪽에서부터 정수리 부위까지 골절됐다.

집도의의 수술 기록지에는 백남기 농민의 오른쪽 두개골이 골절되면서 뇌혈관이 터졌고 출혈이 발생했다고 기록했다. 외부 충격으로 뇌혈관이 터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망진단서에는 외부 충격을 뜻하는 '외상성'이라는 말이 빠졌다.
의사협회와 통계청이 작성한 의무기록 작성지침은 외부요인이 의심되면 반드시 그 사실을 기록해야 한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환자가 외상에 의해 의식소실로 왔고 그런 질환으로 수술을 받았다면 사망진단서 및 모든 기록에 외상성 뇌출혈로 기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협회 지침은 두개골 골절같은 큰 상처가 있는 경우에는 병사 판정을 내려선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 교수는 SBS 인터뷰에서 "외인이 작용했으면 아무리 합병증이 오래됐어도 그것 때문에 사망했다면 외인사로 적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부검을 법원에 신청한 것은 이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지난 25일 첫 부검영장 신청에 대해 기각했다. 경찰은 그러나 부검을 통해 백 씨의 정확한 법의학적 사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약 24시간 만에 다시 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이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경찰은 압수한 백 씨의 진료기록을 토대로 의료진의 의견을 첨부했다. 법원은 결국 영장을 발부해 정부당국의 부검요구를 들어주면서 경찰에 면죄부 기회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검영장 재청구 과정에서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가 영장재신청에 활용됐다.
검찰은 수사지휘서에서 사망원인이 다른 점을 내세웠다. JTBC가 입수한 검찰수사지휘서에는 "사망원인 다른 의견을 강조하라"고 주문해 부검필요성을 부각시키도록 했다.

검찰은 주치의 진술조서가 백씨가 넘어지면서 두개골이 골절돼 치료를 받다가 숨진 만큼 사인이 일견 분명해보인다는 취지로 돼있으니 이에 대한 법의관 의견의 차이점을 상세히 밝혀 부각하라고 지시했다.

이와관련 서울대의대생 102명은 성명을 발표했다. 의대생들은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직접 사인으로 ‘심폐정지’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은 국가고시 문제로도 출제될 정도로
기본적인 원칙인데 버젓이 기재되었고,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하여 사망하였으면 외상 후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라며 "이것은 모두 저희가 법의학 강의에서 배운 내용이다. ‘물대포’라는 유발 요인이 없었다면 故 백남기 씨는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므로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외인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저희가 배운 것과 달랐다고 지적하고 

서울대 출신 현직 의사들도 사망진단서 기록에 잘못을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의대 동문 365명은 <서울대 의과대학 동문들이 후배들의 부름에 응답합니다>는 성명서에서 "저희 동문들은 선배의사의 책임감으로 응답합니다"라고 했다.

동문들은 "지금까지 최고의 의술을 배웠다는 자긍심을 갖고 일해왔다. 그 자긍심의 바탕에는 "무엇보다 환자를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고, 근거와 원칙에 기반하여 진료에 매진하는 서울대학교 병원 의사들의 전문성과 공공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은 우리의 믿음을 의심하게 합니다.
후배들이 지적했듯이 고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는 통계청과 대한의사협회에서 제시한 원칙에서 어긋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하여 사망하였으며 외인사로 작성하도록 배웠다"며 "이에따르면 외사응로 인한 급성 경막하 출혈이 원인이 되어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하더라도 병사가 아닌 외인사가 됩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또 심폐정지는 사망에 수반되는 현상으로 사인에 기재할 수 없다. 최고의 공신력을 가진 기관일수록 이러한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대병원에 간절히 청한다. 서울대병원의 역사를 이어온 의사로서 전문성과 소명의식으로학생들과 동문들의 부름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백남기 농민 유족측은 지난 30일 백 씨의 사망진단서에 사망을 질병에 의해 숨졌다는 의미의 '병사(病死)'로 분류한 이유와 이를 수정할 의사가 있는지 등을 묻는 유족 명의의 공개질의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인도주의의사실천협의회 측은 설명에서 뇌 CT촬영 사진을 근거로 외력에 의해 두개골이 골절돼 숨골을 압박했다며 이 경우 회생은 불가능하다며 외인사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