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기각됐던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이 결국 발부됐다.

백남기 농민의 유족과 백남기 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법원의 부검영장 발부에 대해 경찰이 또한번 부관참시하는 것이라며 법원 결정을 비난하고 서울대병원 영안실 주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나서 영안실 주변에는 밤이 깊어지면서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유족측 과 당국간 대립도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8일 밤 종로경찰서가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을 위해 재청구한 시신 부검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다만 영장집행 방법에 대해서는 일부 제한 조항을 달았다.

25일 숨진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고인의 생전 모습이 평온해보인다. 박정희 정권에 의해 제적된 고인은 박정희 정권의 딸 박근혜 정부에서 생명을 잃었다. 고인은 쌀값 보장 약속을 지키라며 상경해 시위를 벌이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사경을 헤메다 317일만에 숨졌다. <사진 이재원 기자>

법원은 부검영장에서 '영장집행 장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아닌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진행하도록 했다.

또 유족이 희망할 경우, 유족 1~2명과 유족이 추천한 의사 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을 허용하도록 했다.

이와함께 부검 절차에 대한 영상 촬영도 허용하며 경찰은 부검 시기와 방법, 절차, 경과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유족에게 제공해야 한다.

검찰은 부검영장 발부와 관련 "부검 장소와 방법에 관해 유족과 유족이 지정하는 사람을 부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부검 과정 영상 촬영 등을 조건으로 한 것이 법원이 발부한 영장발부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검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유족 측 입장을 고려해 오늘밤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검찰과 경찰이 한차례 영장신청이 기각됐음에도 또다시 신청해 부검영장을 받아내면서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법원이 소신판결을 기대했다가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백씨의 유족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백남기 투쟁본부'는 "박근혜 정권이 '쌀값 21만원 보장' 공약을 어기고 농촌을 파탄내나게 하고 쌀시장을 미국에 다 내주려해 우리 쌀 시장을 지키고 쌀값 보장을 호소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는데 목소리를 듣기는 커녕 물대포로 응답해 우리 곁에서 백남기 농민을 떠나게 만들었다"며 주장했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이어 "박근혜 살인정권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백남기 농민을 두번 죽이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에따라 부검영장집행 과정에서 경찰과 유족 측간에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백남기 농민은 작년 11월 전국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발포한 살수차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메다 317일만인 지난 25일 끝내 숨을 거뒀다.  

백남기 농민의 유족은 지난해 같은 달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경찰청장 등을 살인미수(예비적 죄명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과 함께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김후균 부장검사)로 사건을 배당했다.

경찰은 지난 5월 법원에 낸 답변서에서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충남9호차는 살수차 운용지침을 준수했다"며 "백남기 농민에게 직사된 물대포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서울대병원 측이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사망기록카드에 병사라고 기록하면서 병사냐 외인사냐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은 이 틈을 타 사인이 병사인 지, 외인사인 지를 가리겠다며 부검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