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26일 첫 TV토론에서 격돌했다.
뉴욕주(州) 헴프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학에서 90분동안 진행된 1차토론에서 두 후보는 쟁점 곳곳에서 양보없는 설전을 벌였다.

미국 언론과 여론은 토론 결과 클린턴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핵문제와 관련 클린턴은 트럼프의 '핵무장 용인론'을 거론하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핵무기에 무신경한 트럼프의 태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점을 둔 지구온난화보다 핵무기가 중대한 위협이라는 클린턴 주장에 동의한다"고 전제하고 "미국이 일본과 독일·한국·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방어해주는데 그들은 충분히 돈을 내지 않고 있다. 미국이 손해를 보며 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방위비 분담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해당 국가는 자기방어를 해야 한다"고 안보 무임승차론을 꺼냈다.

트럼프는 미국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세계 경찰'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맺은 상호 방위조약을 존중한다는 것을 동맹국들에 확인시켜주고 싶다"고 응수했다.

북핵 위협에 대해 트럼프는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조선과 관계를 고려한 듯 "최근 타결한 이란 핵협상 때 북핵 문제를 연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책과 관련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고 새롭게 창출하겠다고 밝힌 반면 클린턴은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은 나머지 95%와 교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부자 감세를, 클린턴은 부자 증세를 내세웠다.

트럼프는 발언에서 인신공격도 가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향해 "대통령이 되려면 강한 체력이 필요한데 스태미나도 없고, 대통령이 될 얼굴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클린턴은 트럼프를 '여성·인종차별주의자'라고 규정하고는 "트럼프는 과거 여성을 돼지·굼벵이·개로 불렀다"고 여성차별주의자임을 부각시켰다.

클린턴은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의 재산을 거론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클린턴이 침착하게 트럼프의 약점을 파고 든 반면 트럼프는 코를 훌쩍이거나 손짓을 자주하는 등 대비됐다. 클린턴의 급소인 이메일 스캔들이나 재단관련 의혹에 대해 공격하지 언급하지 않는 등 급소를 찌르지 못했다.

클린턴은 백만장자 트럼프의 시작은 아버지가 준 1400만달러(140억여원) 였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카지노 파산, 건설업자 보수 미지급 등의 문제를 제기해 트럼프 표정을 굳어지게 했다.

트럼프는 권력 유착 의혹이 제기된 클린턴재단 등에 대해 아무런 공세도 펼치지 않는 등 시종일관 방어에 치중했다. 또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서도 효과적 한 공세를 한 번 펼쳤는데, 클린턴이 "내 실수였다"고 시원하게 인정해버리면서 효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 언론들의 평가는 클린턴의 승리였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클린턴이 트럼프를 약 올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클린턴이 90분 내내 토론을 주도하며 트럼프를 약 올렸다. 트럼프는 냉정함을 잃고 그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비즈니스 파산 경력과 이라크전 찬성 발언, IS 격퇴 비밀 전략 등에 대한 공격을 퍼붓자 트럼프가 냉정함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클린턴이 놓은 미끼를 계속 물어 공격을 당했다고 했다.

CNN에 따르면 시청자 설문조사에서 클린턴이 62% 대 27%로 우세했다.
무당파 중에서도 과반인 54%가 클린턴이 승자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직 수행 적합도(67% 대 32%)와 주요 현안 이해도(68% 대 27%)에서도 클린턴이 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