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시카고 시에서만 살인사건이 500건을 넘어섰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시카고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CNN방송은 경찰에 대한 깊은 불신이 시내 범죄율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카고트리뷴은 지난 6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이날 오전 기준으로 총 512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월~12월까지 시카고에서 발생한 살인 건수는 480건이었다.

살인사건 대부분은 총기에 의한 사고다. 시카고에서는 매주 평균 82건의 총기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9월초 한주간에만 65명이 총에 맞고 13명이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특히 미국 노동절과 어버이날을 낀 5월 초에는 69건의 총기사고와 1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CNN은 당시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사카고에서만 발생한 살인 건수가 550건을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CNN방송은 시카고에서 살인사건이 급증한 원인으로 경찰에 대한 시카고 시민들의 불신을 원인으로 꼽았다.

경찰에 의한 총격사건이 빈발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이거나 총기를 휘두르는 범죄자들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에디 존슨 시카고 경찰청장은 "경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라며 "희망을 잃은 빈곤한 이웃들이 이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NN은 올해 시카고 시의 실업률이 지난해보다 1.1%포인트 떨어진 5.5%를 기록해 경찰의 발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시카고에서는 지난 15년 간 총 민간인 702명이 경찰의 총격을 받았고 이 중 215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경찰은 연방사법 당국에 단 1건도 기소되지 않았다.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014년 시카고 경찰이 흑인 절도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당시 17세)에게 총 16차례 집중 총격을 가해 논란이 됐지만 지난해 현장 동영상이 공개되기 전까지 경찰당국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존슨 청장은 지난달 라쿠안 맥도널드를 총격 살해한 경찰관을 상대로 정식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당시 현장에 있던 5명의 경찰관을 상대로 파면을 청구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동영상이 공개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CNN은 한 시민의 말을 인용해 "시 차원에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이곳은 아이들에게 ‘총탄을 피하거나 총격전을 피해 바닥에 엎드리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무법지대"라고 시민의 목소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