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일, 애국 경성의 이름으로 아로새겨진 이름.

1986년 11월5일 12시 43분경 쿵 소리가 났다. 문화관(구 문과대) 5층 옥상에서 유인물이 흩뿌려지며 불덩이가 빠른 속도로 바닥에 떨어졌다.

애국 경성의 이름으로 아로새겨진 이름 진성일 열사다.

964년 1월 출생해 1982년 경성대(구 부산산업대) 법정대 행정학과에 입학한 진성일 여느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대학생활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삶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은 바로 군대생활에서였다.

군 생활 중 맞은 2.12 총선에서 군 부재자 투표 부정에 분노를 느낀 그는 제대 후 학교에 복학해 생활하던 중 대자보를 통해 건대항쟁의 투쟁 소식을 알게된다.

순수한 심성의 진성일에게 건대항쟁에 대한 군부정권의 무력진압 소식은 마음의 큰 요동을 치게했다.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에서 건국대 폭력 진압 규탄과 독재타도를 외치며 투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그 순간.

총학생회는 어떠한 입장 표명과 실천없이 건국대 항쟁 기간 중에 대동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10월31일 건국대 상황을 전해들은 20여명의 학생들이 총학생회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총학생회 간부들로부터 폭행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한 학내 상황에서 진성일 열사는 학창 초기부터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대학인의 사회적 역할 등의 고민과 맞물려 자신이 해야할 일을 고민했다.

11월3일 동래고 연합동문회에 참석해 지니고 있던 목럴이와 볼펜 등을 친구들에게 나눠준 뒤 이틀 뒤인 11월 5일 오전 경성대 법정대 식당과 상경대 뒷산에서 친구 2명과 함께 11시30분까지 건국대 농성투쟁과 대학인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헤어졋다.

그리고 1시간 여 뒤인 12시 43분경 문화관 5층 옥상에서 준비해온 유인물 10여장을 뿌린 뒤 온몸에 불을 붙이고 뛰어내렸다.

20분 뒤 진성일 열사는 앰블런스에 실려나갔다.

학생회관 앞에는 그의 유서 내용을 쓴 대자보가 나붙었고 2시 학생회관 앞에 모인 300여명의 학생들이 농구대와 축구 골대를 밀고 시위를 전개했다.

전투경찰은 사과탄과 최루탄을 무차별적으로 쏘아대며 학생들의 시위를 저지했다.

학생들이 시위대열에 모여들면서 향후 행동방향에 대한 토론을 벌인 끝에 1주일간의 수업거부와 철야농성을 결의했다. 다음날 전면 수업거부와 12시 집회를 갖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오후 6시30분 경찰은 진성일 열사가 안치된 재해병원(현 대연CGV)에서 경찰이 시신을 강탈하고 시신을 지키던 학생들을 해산시켰다.

학생들의 항쟁은 장례가 치러지던 11월 7일까지 줄기차게 이어졌다. 타교생의 출입통제가 강화되고 학내 곳곳에 사복경찰이 부쩍 늘었지만 학생들의 분노는 열사를 보내는 장례식에 1700여명이 함께 지켜보며 눈물과 정권에 대한 분노를 삼키며 열사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 한 몸을 불살라 세상을 밝힌 열사의 죽음은 이후 경성대의 87년 6월 항쟁과 88년 학원자주화 투쟁으로 이어졌다.

1996년 민주열사 진성일 추모사업회를 발족해 열사의 뜻을 기리는 계승제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