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반노동자적 시각을 보여 향후 노정관계가 악화될 것이란 성급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26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여야가 유성기업 공권력 투입, 타임오프제 시행을 놓고 여야가 논란을 빚었다.

이 후보자는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유성기업 노조는 찬반투표를 통해 정당하게 파업을 했지만 사측이 바로 직장폐쇄를 하고 일주일도 안돼 공권력이 투입됐다고 비판한데 대해 "유성기업 파업은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은 공권력 투입을 검토할 정도가 됐다는 것은 그 이전에 해야할 게 안됐다는 뜻이라며 이왕 투입할 거면 신속하게 하는게 낫다고 맞받았다.

홍영표 의원은 타임오프는 이미 실패로 드러났고 올 7월 시행될 예정인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정책은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는 반헌법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해 쓴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이 후보자는 법을 편리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산별.지역별 노조활동을 근로시간면제 범위에서 제외하는 등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타임오프제를 도입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만들며 한국노총 지도부를 위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120억원을 마련해 임금을 지원하기로 했지 않느냐"며 "왜 안주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노동법 연착륙을 위해 그런 약속이 있었지만 한국노총의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노동법을 바꿔야 한다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차 의원은 곧바로 "전쟁포로도 밥은 먹여가며 가둬놓는데 남의 밥줄을 쥐고 안하면 안주겠다는 것은 정말 치사한 이야기라며 밥줄을 가지고 이러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고용노동부가 공백을 메우자고 했으니 경총에서 이 돈을 준다고 한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노동부가 뒷짐을 지고 있으니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유성기업 사태와 관련, "회사측이 고용한 용역이 차를 몰고 집회를 끝내고 나가는 조합원들에게 돌진해 13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그런데 범법자에 대해서는 불구속기소만 이뤄졌고 집회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됐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노조의 시설점거와 사업장·협력업체 근무자,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며 "파업의 주체와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점거 부분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공권력이 이윤의 논리에 따라 움직였다"며 "공권력을 투입한 결과 노조는 완전히 무력화됐고 2780원이던 유성기업 주가는 43%나 올라 기업은 큰 이익을 봤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노조의 쟁의행위에 시설 점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재차 답했다.

자유선진당 김용구 의원은 "후보자는 너무 사용자 입장에 치우친 노동 행정을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노동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했다.

이 후보자는 "시대의 맥박은 일자리 창출"이라며 "이를 위해 노사관계가 걸림돌이 되면 안 되고, 디딤돌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노사관계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일이 벌어질 경우 노동계에든, 경영계에든 중립적 입장에서 늘 지적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2003년 노동부 총무과장 재직 시절 6급 직원 김모씨로부터 인사 청탁을 명목으로 1000만원의 현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추궁도 이어졌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후보자는 10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돈을 돌려준 시점에 대한 진술이 김씨와 달라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원천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소설"이라며 "집사람이 행정봉투라고 하기에 받은 것이지 돈봉투인지 알고 받은 것은 아니다. 바로 다음날 김씨에게 돌려줬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