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화려한 서울 속에 또다른 세상이 있다. 사람이 사는 진짜 세상이...

공자는 "미래를 잘 살고 싶다면 과거를 공부하라"고 했다. 우리의 과거를 공부할 겸, 미래와 현재, 과거가 공존하는 서울을 더듬어 탐색, 발굴해보자는 취지로 <서울의 60년대를 찾아서>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현대화된 서울 도심에서 진짜 서민들이 숨쉬는 곳 동대문구 동묘 재래시장. 보물1호인 흥인지문 밖의 동묘를 따라 형성된다해서 동묘 재래시장이다.

이곳은 식품에서 테이프, 자전거, 레코드음반, 중고서적, 릴 낙시, 골프채와 밍크옷까지, 심지어아메리카 인디언 용품까지 있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들을 이어주는 유일한 시장이 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주말인 지난 10일 시간을 내 현장을 찾았다.  

21세기 화려한 서울 속에 또다른 세상이 있다는 아이템에 착안해 연재 기획 발굴을 해보자는 편집회의 결과이긴 하지만 평소 토속적, 사람냄새나는 전통시장을 좋아하는 기자로 미션을 맡겠다고 자청한 터였다.

오전 9시부터 한명 두명 모여들어 10시가 되자 동묘 담벼락을 따라 길거리 노점 시장이 형성됐다.

동묘 골목시장에서는 60,70년대를 느낄 수 있다. 아시아에서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디언 장식까지 세계를 느낄 수도 있다.

이곳을 둘러보면 조선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다. 왁짜지껄한 60~70년대 시장보다 훨씬 전인 조선시대로 이동하며 전혀 다른 시대가 펼쳐진다. 

동묘 골목시장은 동대문구 동묘역에서 청계천로 모전교까지 200m에 걸쳐 형성돼 있다. 동묘시장상인회는 "관할인 종로구청과 혜화경찰서 동묘지구대의 지원 아래 시장상인회가 자율적으로 깨끗한 시장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사람내음을 느낄 수 있다. 길가에는 좌판이 펼쳐지고 자리를 잡는 노점상들이 진열해 놓은 물품을 그야말로 없는게 없다.

가격이 저렴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노인들에서부터 학생이 많다. 외국인들도 적지않다.

먹거리도 저렴하다. 우동과 짜장은 2500원이다. 머리 이발은 4000원, 염색은 5000원, 10년 전 가격이다.

레코드 음악이나 CD의 고전적 음악 매니아 층들은 이곳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동묘역에서 골목을 따라 50m 정도 걸어가 왼쪽으로 돌아들면 동묘 정문이 눈에 들어온다. 동묘 안에 들어서자 사당이 정면에 펼쳐지고 그 앞으로 동묘에 대한 설명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동묘는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유명한 장군인 관우에게 제사지내는 묘로서 원래 명칭은 동관왕묘(東關王廟)이다. 동묘를 짓게 된 이유는 임진왜란 때 조선과 명나라가 왜군을 물리치게 된 까닭이 성스러운 관우 장군께 덕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여겨, 명나라의 왕이 직접 액자를 써서 보내와 공사가 이루어졌다.

선조 32년(1599)에 짓기 시작해 2년 뒤인 1601년에 완성됐다. 현재 건물 안에는 관우의 목조상과 그의 친족인 관평, 주창 등 4명의 상을 모시고 있다. 규모는 앞면 5칸·옆면 6칸이고 지붕은 T자형의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으며, 지붕 무게를 받치는 장식은 새의 부리처럼 뻗어 나오는 익공계 양식이다.

평면상의 특징은 앞뒤로 긴 직사각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과 옆면과 뒷면의 벽을 벽돌로 쌓았다는 점이다. 또한 건물 안쪽에는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데, 이와 같은 특징들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한국의 다른 건축들과 비교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 명나라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역사가 느껴진다. 삼국지 속 관우를 이곳에서는 조선에 대한 명의 압박 속에 지어놓은 사당이란 점을 알게 되면 관우운장의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동묘 경내를 돌아보면서 우리의 역사를 더듬어 보면서 약수 한잔 마신 뒤 나오자 어둑어둑해진다.

이곳은 저녁 6시가 되면서 노점상들이 짐을 싸 돌아간다고 한다. 6시가 넘으면 인적이 드문 어두움이 깔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