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는 성주군민의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김항곤 경북 성주군수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제3 장소를 결정해달라"고 건의했다.

김 군수는 22일 군청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는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의 적합한 장소를 사드배치 지역으로 결정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롯데 골프장을 제3의 장소로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도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국방부의 입장이 주목된다.

김 군수는 성명서에서 "국방부의 일방적인 성산포대 사드배치 결정으로 평화롭던 군민 일상은 피폐해졌고 지역경제는 반 토막이 났다"며 "하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대안 없는 반대는 사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8일 군민간담회를 시작으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대다수 군민이 꼭 배치해야 한다면 '제3의 장소'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군수는 "안보는 국가를 지탱하는 초석이며 국가 없는 국민은 있을 수 없다"며 "국가 안보에 반하는 무조건적 반대는 파국으로 이끌 뿐이고 원안대로 추진되면 '성산포대 사드배치'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고 설명했다.

또 "성산은 가야시대부터 내려온 성주의 심장이며 상징이고 1.5㎞ 반경 안에 군민 2만명이 밀집해 있다"며 "군민 2만명이 사드란 멍에를 짊어지고 살게 할 수는 없는 만큼 성산포대 사드배치 결정은 기필코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5만 군민 생존권을 결정해야만 하는 외로운 길 위에 서 있다"며 "성산포대가 아닌 '제3의 장소'로 추진해 황폐해진 군정을 원상 복구하겠으니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지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 군수는 "무조건적인 반대와 분열은 없어야 한다"며 "모두 현명한 판단으로 단결해 난관을 헤쳐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새누리당 이완영(고령·성주·칠곡) 국회의원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어제 투쟁위 결정과 오늘 김항곤 군수 결정에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감사하고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싸우다가는 그대로 성산포대에 배치돼 군민은 남는 게 없다"며 "성산포대만큼은 바꿔야 한다는 열렬한 마음으로 오늘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국 수호와 국가 안보를 위한 위대한 결정이자 우국충정에 정부와 대한민국 국민이 평가해주고 많은 지원을 해달라"며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3지역을 검토하자고 한 말에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성주군민들은 김 군수의 기자회견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드투쟁위원회 관계자 등 일부 성주군민은 김 군수의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군수실에 진입하려다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관, 공무원과 몸싸움을 벌어지기도 했다.

성주군민 1천여명은 지난 15일 사드 반대 삭발식을 하며 사드 배치 철회 투쟁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그러자 한민구 국방장관은 17일 성주를 방문해 성주 사드반대대책위원회 간담회를 가지면서 제3의 장소가 급물살을 탔다.

대책위원회 위원간에 대오가 일시적으로 분열되면서 찬반 의견이 맞서기도 했지만 성주군대책위는 한민구 장관이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처럼 발언 했지만 내용은 사드 배치 철회가 아닌 제3의 장소를 검토해서라도 설치할 수 밖에 없는 정부의 우국충정을 이해해달라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성주군민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군수와 이 의원 기자회견이 끝난 뒤 별도로 기자회견을 갖고 김 군수의 기자회견은 주민 뜻과 다른 것으로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주민 뜻과 다른 오늘 김 군수와 이 의원의 기자회견은 무효이고 주민과 상관없이 입장을 표현한 군수를 규탄한다"며 "이번 주 내로 투쟁위를 새로 조직하고 대표를 새로 뽑겠다"고 밝혔다.

성주사드투쟁위원회는 21일 대책회의를 열어 국방부에 제3후보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으나 방식을 두고 의견이 갈려 공식 발표를 보류했다.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김 군수의 제3후보지 건의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제3의 부지로 롯데 스카이골프장이 거론되면서 인접한 김천시는 20일부터 반대 시위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