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듬체조의 희망 손연재가 아시아 선수 중 최고 성적을 냈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눈물을 흘렸다.

세계 최고수준의 러시아의 투톱과 우크라이나의 간나 리자트디노바의 높은 벽에 막혔지만 동유럽을 빼면 손연재는 세계 최고였다.

손연재는 21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레나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후프 18.216점(3위), 볼 18.266점(4위), 곤봉 18.300점(3위), 리본 18.116점(4위)을 받아 합계 72.898점으로 4위에 올랐다.

손연재가 얻은 점수는 지금까지 아시아 선수 중 알리야 유수포바(카자흐스탄·2004 아테네 올림픽 4위)가 세운 기록과 타이기록이다.

손연재는 올림픽 전부터 올림픽 첫 메달 꿈을 키워왔지만 첫 메달 꿈에 실패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손연재의 4위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성적이고 역대 아시아권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좋은 기록이다.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리듬체조 종목에서 당당히 톱5에 든 것만도 의미가 적지 않다.

실제로 1984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012년까지 유럽을 제외한 다른 대륙에서 개인종합 우승자가 나온 적은 단 한번에 불과할 만큼 유럽의 아성이 두텁다.

소련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가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캐나다의 로리 펑이 금메달을 따낸 것이 유일한 타 대륙 우승이다.

1996년부터 올림픽에서 치러진 리듬체조 단체전에서도 유럽을 제외한 다른 대륙의 국가가 메달을 가져간 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이 딴 은메달이 유일하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결선에 나선 10명 가운데 아시아 선수는 아제르바이젠의 마리나 두룬다(19)와 손연재 2명뿐이었고 두룬다는 9위에 머물렀다.

올림픽 뿐 아니라 역대 세계선수권대회의 메달 리스트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2011년 프랑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동 아제르바이잔의 알리야 가라예바가 동메달을 가져간 것 외에 유럽이 아닌 국가의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신체 움직임을 극대화하는 리듬체조의 종목 특성 상 긴팔과 긴 다리를 가진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들의 신체조건이 아시아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데다 러시아와 동유럽이 그간 탄탄하게 쌓아온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이 넘기 힘든 벽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러시아의 '투톱'  리자트디노바의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손연재가 간절히 바랐던 시상대의 마지막 한자리는 우크라이나의 간나 리자트디노바(73.583점)가 차지했다. 손연재는 0.685점 차이로 시상대에 자리를 내줬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3위에 불과 0.225점 모자라 5위에 그쳤던 손연재는 이번에도 미세한 차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