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터키의 전투기 격추 사건으로 최악으로 치달았던 러시아와 터키가 전격 화해하며 양국 관계 복원에 합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사건 이후 8개월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궁에서 약 3시간 동안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양국의 정상적이고 전면적인 관계 복원을 위한 모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러시아도 그런 일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위기 이전 수준은 물론 그보다 더 진전된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길 원한다"면서 "터키는 이러한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무역 제재는 단계적으로 해제하고 에너지 사업도 재개하기로 했다.  푸틴은 "전폭기 사건 이후 터키에 취한 경제 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해 나갈 것"이라며 "터키로 향하는 전세기 운항도 조만간 재개하고 러시아 내 터키 기업 및 터키인 노동활동에 대한 제한도 가까운 시일 내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그동안 시리아 내전 해법을 두고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터키 공군이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대위기를 맞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전격 화해에 이른 것은 주변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을 두고 미국 등 서방국가와 대립관계이고 터키도 최근 쿠데타 사건 이후 권력강화와 숙청, 사형제 부활 선언을 하면서 서방과 갈등을 빚고 있다.

두 나라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푸틴으로서는 동유럽을 두고 사사건건 부딪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회원국인 터키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유라시아 대륙에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관측이다. 또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나토 회원국으로 친서방 국가인 터키와 밀착관계를 만들어 경쟁국인 미국에 대한 압박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으로서는 구데타 직후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서방국가와 달리 즉각 자신을 지지한 푸틴이 필요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쟁국인 미국에 대한 압박 효과를 노린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