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퇴행의 막장 드라마 육당, 춘원 문학상 제정을 규탄한다"

한국문인협회(이사장 문효치)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육당문학상과 춘원문학상 제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문인협회는 지난 7월26일 이사회에서 문효치 이사장이 제안한 육당, 춘원문학상 제정안을 의결했다. 문협은 내년(2017년)에는 이광수의 '무정'발표 100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도 열기로 했다.

이와관련 민족문학작가회의 등 반발하고 나섰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역사, 퇴행의 막장 드라마"라며 "육당, 춘원문학상 제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지난 2일 논평을 발표하고 "최남선(친일인명사전 수록내용)은 1928년부터 1943년까지 조선사편수회 위원으로서 일제의 역사왜곡과 식민사학 수립에 협력했다"며 "1938년부터 5년간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건국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친일 고위관리를 양성했다"고 지적했다.

작가회의는 "1941년 국민총력조선연맹 문화부 문화위원을 시작으로 임전대책협의회 등 각종 친일단체의 주요 임원으로 참여했다"며 "징병·징용·국방헌납 등 전쟁동원을 선전하는 시국강연과 좌담회에 단골 강사로 참석하였고 〈보람 있게 죽자〉 외 수많은 친일논설을 발표해 하늘이 준 재능을 민족 반역의 길에 내다버린 안타까운 지식인"이라고 비판했다.

작가회의는 이어 "이광수(친일인명사전 수록내용)는 1939년 친일단체인 조선문인협회 회장에 취임해 <내선일체와 조선문학> <황민화와 조선문학>을 쓰는 등 조선문학을 일제의 선전도구로 만드는 데 앞장섰고, 1940년 창씨개명이 실시되자 가야마 미쓰오(香山光郞)로 이름을 바꾸고 〈창씨와 나〉를 기고하는 등 창씨제도를 적극 선전했다"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또 "1943년 징병제 실시가 공포되자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생들에게 학도병으로 출진할 것을 권유하였고, 〈지원병장행가〉〈징병제의 감격과 용의〉 등을 기고해 조선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며 "신념으로 일제에 협력한 최고의 친일 이데올로그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가회의는 "최남선과 이광수의 일제하 행적은 이번 문협의 결정이 몰가치적이고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사실을 반증해 준다"며 "이들의 죄는 온 민족의 신뢰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서도 신념을 꺾고 앞잡이의 우두머리가 되어 그 아까운 재능을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통치에 부응하는 일에 남김없이 쏟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작가회의는 "무엇보다도 1919년 2·8독립선언서와 3·1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항일의 상징적 인물이었음에도 친일 변절의 길로 나아가 민족의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점을 잊어서는 아니된다"고 강조했다.

설혹 '문학적 공로'가 있다 한들 어떻게 이들의 죄상을 가리겠는가? 더구나 민족지도자로 행세해온 지식인의 변절은 그 악영향이 일신의 부귀영화에 집착한 매국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후세가 이들에게 한층 더 가혹한 책임을 묻게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작가회의는 "누구를 기념하는 상에는 그 사람의 일생에 대한 평가가 담기기 마련이다. 그를 표상으로 삼아 본받자는 의미일 터인데, 과연 육당과 춘원이 남긴 자취가 그렇게 향기롭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작가회의는 친일행각과 문학적 평가를 별개로 한 공과론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친일파와 그 비호세력의 변병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문효치 이사장은 "육당과 춘원의 친일 부분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작품에 대해서는 평가해야 한다. 한국 현대문학 초창기에 두 분이 작품으로써 문학사 건설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인데 친일 행적 때문에 문학적 자산까지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문학상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이에 대해  "전형적인 '공과론'으로 해방 직후부터 최근까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친일파와 친일비호세력들의 변명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문학적 자산이 가려져선 안 된다는 문 이사장의 핑계와 달리 최남선과 이광수에 대한 연구는 차고도 넘치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최남선과 이광수가 반민특위에 제일 먼저 끌려가 단죄되었으며,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는 물론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규정한 반민족행위자에도 포함된 특급 친일파라는 사실이라고 상기시켰다.

역사정의실천연대도 4일 오전 11시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대한예술인센터'에서 문인협회의 육당, 춘원문학상 제정 철회 및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언론시민연합, 4월혁명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이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