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댓글 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여직원 감금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야당 의원들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심담 부장판사)는 6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기정·문병호·김현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감금죄는 사람이 특정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하는 죄"라며 "피고인들에게 감금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피해자 김씨가 감금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활동을 의심(해), 김씨가 밖으로 나와 경찰에 컴퓨터를 제출하거나 문을 열어 컴퓨터를 확인하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당시 김씨가 오피스텔 안에 남아있던 것도 이 의원 등의 감금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씨는 검찰과 법정에서 경찰이 밖의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노트북을 뺏길 것 같았다. 밖의 상황이 무서워서 나오지 못했다고 진술해왔고 재판부는 김씨 스스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김씨는 자칫하면 업무용 컴퓨터를 빼앗기고, 그럴 경우 직무상 비밀이나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의 대선 개입 활동 내용이 공개될 수 있다는 데에 두려움을 느껴 스스로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김씨가 오피스텔 밖으로 나오려 했다면 피고인들이 막았을 것이므로 감금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실제 그런 행위를 하기 전엔 감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당시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이 오피스텔 초인종을 반복적으로 누르고 출입문을 발로 차거나 손으로 두드리며 컴퓨터 제출을 요구한 것, 일부 관계자가 김씨 오빠나 부모가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려는 걸 막은 것도 감금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12월 12일 오전 출근하기 위해 오피스텔 문을 열려고 했을 때 민주당 사람들이 "막아라"고 고함치고 문을 못 열게 했다는 검찰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관계자들의 우발적인 행동이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런 사실들에 비춰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공모해 김씨가 오피스텔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해당 의원들은 무죄가 선고되자 정치 검찰에 의한 권력 남용을 비판하고 반성을 촉구했다.

이종걸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무죄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며 "그동안 정치 검찰의 음모와 잘못된 국가권력의 행사에 참담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문병호 전 의원도 "재판 과정 자체가 고문이었다"고 심경을 토로하고 "무리한 기소를 한 검찰에 맹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 등은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에 선거 관련 불법 댓글을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김씨의 역삼동 오피스텔을 찾아가 35시간 동안 김씨를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혐의로 2014년 6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에게 약식기소(벌금형)했지만 재판부는 제대로 된 심리가 필요하다며 재판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