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디지털 프라자, DDP가 1일 장마대비 소홀로 유구 유적이 침수됐다.

1일 오후 찾은 동대문디지탈프라자. 곳곳에서 시끌벅적헌 음악소리와 각종 이벤트 알림 방송이 에코 현상을 일으켜 귀를 찢었다.

장마대비 점검차 찾은 디지털프라자 내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구전시장'은 무관심 속에 먹구름을 머리위로 이고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프라자 직원 아무도 손을 쓰지 않았다. 간간이 파라솔 의장만 신경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갑자기 하늘이 뚫린 듯 비가 폭포수같이 쏟아졌다. '유구전시장' 은 폭포수에 그대로 노출돼 곳곳에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 빗물은 유구전시장의 흙과 뒤범벅이 돼 전시장을 넘치며 DDP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한 무리의 젊은 중국 여성관광객들이 유구전시장 설명 안내문을 읽고 걱정스러운듯 바라보다 사라졌다.

"문화재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DDP 관계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DDP 직원은 "유구전시장에서 물이 넘쳐 흙탕물이 흘러내려 보기가 흉하기 하다. 그래서 관리부서에 연락했다"고 말했다.

관리부서가 어디냐는 질문에는 문화재청도, 서울시도 아닌 한양도성연구소라는 곳이라고 대답했다. 

'디자인 서울'을 모토로 DDP 사업을 추진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시 설계변경우로 5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공사비를 들인 것도 모자라 오세훈 아내가 유학 시절 아는 지인을 설계자로 낙점해 상식 밖의 수백억원대 설계비를 지급한 것 등을 두고 오세훈의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DDP가 사후 관리도 엉망으로 드러난 순간이다.

DDP 내 보관전시되고 있는 유구는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을 식민통치하던 시절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을 지으면서 그대로 지하에 묻혀 있다가 DDP건설을 위해 서울운동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유구전시장은 조선초기부터 일제말기까지 조선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며 선조들의 숨결이 녹아있는 곳이다.

DDP 직원의 인식은 디자인플라자의 미관에만 관심이 있었다.

흙탕물이 넘쳐나 DDP 바닥이 오염되는 것을 염려해 한양도성연구소로 연락을 취해 이 문제를 상의하려고 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실된 흙은 다시 덮으면 된다며 바깥 쪽에 있는 유구도 노출되도록 설계가 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DDP 직원의 말과 달리 바깥 쪽에는 장미정원으로 치장돼 흙이 유실될 염려가 없는 구조였다.

침수에 대비하고 배수에 대한 설계가 오세훈 당시 겉모양만 중시한 디자인 서울에 맞게 설계돼 비만 오면 유구전시장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애물단지로 인식된는 디자인플라자에 대해 개장을 강행했지만 그 역시 보전관리 대책없이 겉모양에 치중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취재 결과 이 유구전시장은 관리주체도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사고가 생기면 연락해 협조하는 구조다.

유구전시장은 일주일 뒤 관리점검을 실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DDP 관계자는 무신경한 것이 아니다며 다음주 점검 계획이 있었다며 신경쓰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전선 북상으로 중부지방에는 1500mm 정도의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하고 장마에 대비하도록 주의를 당부한 상태였다.

하지만 빗물에 대비해 덮어두기 등 기본적인 장마대비 조차 없었다.

유구전시장은 한양도성연구소가 신경을 쓰는 정도이고 관리주체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게 DDP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선시대 민중들의 삶과 정신이 서려있는 유구는 서구인의 시각으로 설계돼 조선의 숨결터에 눌러앉은 DDP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