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과 생존권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인접한 집장촌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성들이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생존권 투쟁으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까나리 액젖을 뿌리는가 하면 온몸에 페인트를 칠하고 백화점 주변을 행진하며 시위를 하고, 백화점에서 동전으로 명품 가방을 구입하려고 직원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한다. 백화점에 입주한 명품관들이 휴업을 하며 타임스퀘어를 찾는 손님들이 불편함을 겪는 사태로까지 치닫고 있다.

타임스퀘어와 집장촌간 기싸움으로 나타난 이번 시위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성매매 업주와 건물주에게 영업장을 폐쇄하겠다며 단속을 강화하면서 촉발되었다. 경찰의 단속 이후 성매매 업소가 10곳 정도 문을 닫으면서 사실상 손님이 끊겼고 급기야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생존권 투쟁을 벌이며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경찰은 성매매특별법을 적용하여 집장촌을 폐쇄한다는 방침이고, 성매매 여성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시위에 나섰다. 불법과 생존권의 논리를 앞세운 양측의 대립으로 발생한 대립과 갈등이 전국 단위의 성매매 시위로 벌질까 염려된다.

2002년 전북 군산 개복동의 집창촌 화재 참사를 계기로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해 도입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명 성매매특별법)은 2004년 3월 22일 제정되어 9월 23일부터 시행되었다.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 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의 보호와 자립지원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을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특별법이 자신들을 보호는 커녕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 영등포역과 용산역 등지에서 성을 팔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도심의 재개발과 함께 외지로 밀려나거나 오피스텔, 키스방 등 유사성행위 업소에서 불법행위를 하며 단속을 피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성매매특별법에 반발하며 생존권을 부르짖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외침에 대한 뾰족한 대안은 없는 것일까?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으로 숨어드는 성매매 업소의 특성을 양성화하여 일정 지역을 레드존(red zone) 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레드존은 특별법 적용을 받지 않는 대신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유해지역 특별관리 대상으로 보다 엄격한 규제를 해야한다.

영등포 집장촌의 경우 유해지역 폐쇄를 단시간에 해결하려는 경찰의 단속이 화를 부른 만큼 업소와의 협의를 거쳐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두어 점차적으로 이루어야 한다.

또한 탈 성매매를 위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성매매 종사자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생존권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여 이들을 위한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상담 및 직업교육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성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꾸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부장적인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양성평등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성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과 잘못된 인식이 성매매로 고착될 수 있음을 인식하여, 성은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며 이를 어길 경우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교육한다면 성매매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역사 이래 가장 오래된 직업으로 인정받아온 성매매, 일부일처제와 양성평등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그 곳에서 생존권을 부르짖는 여성들을 보며 과연 성매매특별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