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성수역, 2015년 8월 강남역, 그리고 2016년 6월 구의역.

강남역 사고는 유진메트로닷컴이, 이번 구의역 사고는 2013년 사고를 낸 은성PSD다.    

최근 3년간 세차례나 스크린도어 사고로 노동자들이 생명을 빼앗겼다.  

서울시와 메트로는 사고 때마다 외주업체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 2인1조 작업 규정 미준수, 승강장 선로 무단출입, 열차 운행 종료후 작업시행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2013년 성수역 사고 당시 경찰은 은성PSD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혐의없음으로 송치하고 검찰 역시 무혐의로 결론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고의 뿌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생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2년 서울시장 취임 당시 자신이 몸담았던 현대건설 출신인 강경호 전 한라그룹 부회장을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하철 운영주체를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로 이원화하면서 이듬해인 2013년 서울메트로 초대사장에 강씨를 임명했다.

당시 이 전 서울시장은 경쟁을 도입해 경영효율을 꾀하겠다는 게 명분을 내세웠다.

강 사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2003년 10월 유진메트로컴이 메트로에 스크린도어 민자사업을 제안했고 메트로는 2004년 2월 스크린도어 민자사업자를 공모했다. 메트로는 유진이 단독 응찰토록 해 그해 4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유진메트로컴과 메트로는 "유진메트로컴이 스크린도어를 제작해 설치하고 메트로는 유진측에 25년간 유지보수와 광고유치권을 제공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유진메트로컴은 2029년까지 계약기간을 광고유치권을 확보했다.

이명박 전 시장이 심복인 강 사장을 임명하면서 설립된 지 12일 밖에 안된 유진메트로컴이 노른자위 역사에 알짜광고사업을 따내는 일이 발생해 사전 각복된듯한 인상을 남겨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유진메트로컴은 강경호 메트로 사장 재임 동안 두차례에 걸쳐 메트로 산하 121개 역중 24개 역의 스크린도어 사업권을 따냈다. 24개 역은 모두 강남, 교대, 을지로입구, 삼성, 이대, 서울역, 시청, 홍대입구, 잠실 등 노른자위로 꼽힌다.

나머지 97개 역은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메트로 예산으로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  오세훈은 당시 충복인 김상돈을 메트로 사장으로 임명했다.

김상돈 전 사장 체제의 메트로는 예산절감을 한다며 공사비를 반값으로 후려치기 하면서 쥐어짜면서 부실공사를 남발했다.  

지하철노조 등에 따르면 당시 1년 이상 걸리는 시공을 4개월 만에 끝낸 날림공사도 나왔다. 지나치게 공사비를 깎으면서 4개 업체가 공사를 맡았지만 공사 도중 도산하는 업체가 나오기도 했다.

공사 과정에서도 사업예산 결제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수사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김상돈 전 사장은 2010년 초 공사가 준공되기도 전에 공사비를 지급해 문제가 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맹용수 전 지하철노조위원장은 "이명박 씨가 서울시장 재직시 측근인 강경호를 지하철 사장으로 임명하고 급조된 회사를 만들어 지하철역 24곳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광고수입 등으로 운영한 뒤 기부체납 형식으로 특헤를 줬다"고 지적했다.

맹 전 위원장은 또 나머지 스크린도어는 2009년 오세훈이 서울시장 당시 심복인 김상돈을 내세워 설치한 것으로 2010년 초 공사가 준공도 되기전에 공사비를 지급한 것이 문제가 돼 검찰수사까지 받았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부실공사의 결과는 스크린도어의 오작동과 고장으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는 2015년 스크린도어 장애가 하루 평균 63.9회나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1개 역 당 23.6건의 고장이 발생한 반면, 서울도시철도는 9건에 불과했다.

직접 정비관리하고 있는 도시철도공사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두 전임 시장이 강조한 분사와 외주화와 1,2기 지하철 경쟁이 경영효율을 증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안전사고로 돌아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필요한 곳에 최저가 입찰제를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공사비를 지나치게 깎으면서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고 고장신고도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부터 사고가 사실상 시작된 셈이다.

당시 스크린도어 설치공사에 참여했다가 5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민노총 노동법률지원센터에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그의 측근 강경호씨는 자신들과 손잡은 업체에 노른자위 역을 내주고 나머지 역사는 초저가낙찰로 공사를 진행하는 투트랙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특정 민간기업만 돈을 벌고 시민의 안전은 외주업체에 내맡기며 외주업체는 비정규 정비인력에 대한 착취수탈 유지에만 골몰한 채 정비공의 생명은 도외시했다는 지적이다.

유진은 광고유치권으로 상당한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은 2014년 매출이 연 420억원, 당기 순이익은 30억9000만원에 달했다.

스크린도어 정비, 관리업무를 맡은 외주업체 역시 메트로 퇴직자를 위한 것이었을 뿐 비정규 노동자를 착취수탈하는 구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메트로는 성수역과 구의역 사고를 낸 은성PSD와 2011년 계약을 맺었다. 용역 계약 당시 총 소요인력은 125명으로 잡아 매월 이들에 대한 인건비로 5억8000여만원을 주기로 했다.

은성PSD는 종업원의 대부분이 사무직으로 구성됐고 이중 절반 정도가 메트로 퇴직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 관련 자격증 소유자 비율도 적은 것으로 나타나 처음부터 정비용역 보다는 메트로 퇴직자들을 위한 구제수단으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비공보다 사무직이 많은 기형구조다.  사고 당시 은성PSD 정비인력은 주간 A.B반으로 나눠 모두 14명이 98개역을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트로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은성 측에 스크린도어 정비,관리 용역비로 매월 5억 8000만원씩 모두 21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로는 은성PSD와 2016년까지 계약을 2년 더 연장했다. 이 업체에 지급된 용역비는 총 350억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용역비는 정비 업무에 사용되지 않고 메트로 퇴직자들을 먹여살리는데 사용됐다.   

정비공 50여명에게 지급된 돈은 줄잡아 1억원 안팎. 정규직이 179~229만원으로 평균 200만원 정도. 구의역 사고로 숨진 피해자는 비정규직으로 144만원을 받았다. 정비공에 지급된 용역비를 뺀 4억8000만원은 메트로 퇴직자 등 사무직이 400~500만원 씩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메트로는 계약 당시 '갑(메트로)의 퇴직자를 우선 채용하도록 했고 처우규정까지 명시해 메트로 퇴직 전 60~80%를 서울메트로 잔여정년에 딸 적용해야 한다는 부대 약정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수준은 갑과 동일하게 하도록 하게 하고 정년을 2년 연장해 사실상 메트로 처우를 받도록 했다. 메트로의 인력운용 해소 수단으로 이용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외주업체가 경로당에 가야할 퇴물들의 노후 보장을 해주는 퇴물 창고 역할을 했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