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면서 국내에서 정확한 평가를 생략한 채 띄우는 분위기에 들어선 것과 달리 반 사무총장에 대한 해외 언론이 내린 평가는 최악의 사무총장이다.  충청권 대망론 불지피기에 바쁜 국내언론의 보도가 낯부끄럽기까지 할 정도다.

올해말 임기만료되는 반 사무총장은 여야에서 모두 러브콜을 받았다. 새누리당(친박계)이 유엔사무총장이 돼 국위를 선양했다는 애국심 논리를 펴며 국제사회의 지도자, 리더로 익힌 국제감각이 있다며 영입 움직임을 보이자 야권에서도 노무현 정부가 유엔사무총장 선출을 적극 지원한 결실이라며 야당으로 와야 한다는 논리를 보이며 반 사무총장의 몸값은 순식간에 여야의 모시기 경쟁대상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박근혜가 유엔총회에 참석할 당시 반 사무총장은 새마을운동을 거론하며 박근혜와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박근혜의 복심이 반 사무총장과 교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권내 친박계에선 당시 유력 대선주자인 비박계의 김무성 전 대표 등을 견제하는 대항마로 반 사무총장에 눈길을 주었고 총선참패로 대선주자군이 몰락하면서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반 사무총장은 차기 대선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제감각을 지녔다는 반 사무총장에 대한 임기 중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1일 최근호에서 'The United Nations Master, mistress or mouse?' 제목의 기사에서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 문제를 다루면서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해 '실패한 총장이자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혹평을 당했을까.

이코노미스트는 "반 총장은 행정 능력이나 통치 능력 모두에서 실패한 총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코피 아난 등 전 총장들에 비해 강대국들에 맞서는 것을 싫어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말을 잘 못하고, 절차에만 집착하고, 현안에 대한 빠른 대처 능력이나 업무 깊이도 부족하다"며 "임기 9년이 지났는데도 '점령' 같은 논란이 되는 용어를 쓰는 실수도 했다"고 민감한 사안엗 대해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하는 미숙함을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가장 활기 없는, 최악의 총장 중 한 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 총장이 3월 북아프리카 순방 중 알제리 남서부 틴두프 지역의 스마라 난민촌을 방문한 자리에서 모로코가 서사하라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반 총장은 이 발언으로 1975년 서사하라를 병합해 자치권을 부여하고 있는 모로코 정부의 격노를 일으켰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면서 "반 총장은 우수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물이 아니라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5개국(P5)이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는 무난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후임 총장은 반 총장같은 사람을 뽑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돼서는 안될 모델케이스가 반 총장이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는 "후임 총장은 '동유럽 출신의 여성이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지역이나 성별이 아니라 수많은 난제가 있는 유엔을 잘 이끌 능력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후보로 나선다면 공개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반 총장의 능력과 통치력면에서 형편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려왔다.

국내에서도 늦었지만 다행히 정확히 보려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통합위원장은 23일 "우리나라 사람이 유엔 사무총장이 된 것이 국위선양한 것이라는 (식은) 어리석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더 한심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 언론이 일방적으로 반 총장을 두둔하는 보도만 해왔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1962년 이후 반기문 총장이 취임할 때까지 유엔 사무총장 출신국을 보면 미얀마·오스트리아·페루·이집트·가나"라면서 "이중에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는 오스트리아뿐이고 그 나라도 강대국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3일 대권 후보로 떠오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 여부에 대해 "기존 후보들을 다 가만히 계시라 하고 모셔올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 인터뷰에서 "이게 옛날에 개그콘서트인가 코미디 프로에 '같기도' 라는 게 있는데,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안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어쨌든 모호하게 하시는 분 중에 성공하신 분이 없어서 제대로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권 일각에서는 냉정한 평가없이 영입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반기문 영입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며 영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치인은 대중들과 달리 대중적 이미지보다 정확한 평가를 거쳐 유권자들에게 좋은 상품을 내놓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