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이 땅에 자비를 베푸는 부처님의 뜻을 기리며 자비와 광명의 세상을 바라는 마음이 온누리에 가득한 날.

부처님오신날이 더욱 아프기만 한 이들이 있다. 서울 조계사 바로 앞에서 수십년간 불교용품을 판매하며 신자들과 함께 한 시간을 더는 보낼 수 없게 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 성역화 사업 추진 속에 수십년간 조계사와 함께 숨쉬어온 불자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것이다.

뉴스플러스가 한차례 조계사 성역화 사업속에 짓뭉개진 불자들의 아픔을 전한 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다시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불자들은 즐거워야 할 석가탄신일을 맞아서도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한 불교 조계종의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불사가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사부대중을 구제해야하지만 정작 불자들의 희생이 강요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생긴 것이다.

조계종은 불사조성의 첫단계로 조계사 앞을 지켜온 상가를 일방적인 철거를 강행하면서 세입자 불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잇다.

조계사 신도회 등에 따르면 약 60여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조계종이 지난 2015년 8월 상가를 23여억원에 전격 매입한 후 철거용역업체 민도(대표 황호영)를 내세워 세입자인 불자들에게 보증금과 보상금등의 합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강제철거 작업에 착수했다.

상가의 대표들로 구성된 '상가강제철거반대세입자 대책위원회' 는 지난 3월25일 집회를 열어 세입자와 합의없는 일방적인 강제철거에 항의하며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했다.

또 부채가 많은 조계종의 상가매입 경위도 밝히라고 요구하며 조계사 정문 1인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의 1인 시위도 전개한다는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곳에서 40년 넘게 터를 지켜왔다는 '한국불교미술관' 김성호 관장은 "42년간 상가를 운영하며 그동안 10년에 한차례씩 4차례에 걸쳐 낡아가는 상가를 현대화 하는 공사를 자비로 수천여만원을 들여 진행했고 불자로써 조계사에 성불도 적지 않게 해왔는데 이렇게 무참히 내쫒는 행태에 배신감과 함께 불교 정신을 망각한 조계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상가는 도로확장등으로 규모가 작아지는 와중에도 현 세입자들이 상가를 유지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왔다.

지난해 5월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 5년 이상 상시 세입자들에게 적용되는 상가임에도 철거용역업체인 민도는 세입자들과 철거와 관련해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영업을 방해하고 일부 시설물을 강제철거하며 상가 2층 미술관 창문에 '철거'라는 붉은색 페인트로 낙서를 해놓는 등 협박과 으름장을 놓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조계종은 공개 입찰을 하지 않고 '민도'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민도는 돈암동 '흥천사' 등 조계종 불사들에 대한 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해 온 철거용역업체로 세입자들부터 조계종과의 유착 의심도 받고 있기도 하다.

민도 측은 세입자들이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어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도 측은 과도한 보상금요구에 응할 수는 없으며 법적인 조치와 함께 철거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무리한 강제철거에 나서는데 조계종이 밀어붙이도록 지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측은 철거를 정당한 방법에 의해 철거용역을 진행했기 때문에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 조계사 신도들 사이에서는 상황에 따라 큰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조계사와 철거용역업체가 무리한 강제철거와 내몰기 보다는 부처님오신날을 계기로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조계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제철거에 분노하는 상가세입자대책위원회는 법원에 강제철거중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철거업체 민도의 황호영 대표를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가철거를 서두르는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사업인 '10 27 법난기념관 건립사업 연도별 사업비 내역' 에 따르면 국고 지원금 가운데 보상비는 모두 769억 7300만원이다.

지난 2015년에 195억원, 올해 2016년엔 570억이 배정됐으며 보상비는 토지 건물 매입 비용뿐만 아니라 영업보상비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불교관계자와 많은 불자들의 우려처럼 국가예산이 지원되는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사업' 이 볼썽 사나운 법적 다툼과 물리적인 충돌로 번져 사업년도인 올해 2016년안으로 적정한 토지 매입과 보상이 끝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자칫 연기되거나 무산될 수도 있어 종교계뿐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편, 조계종 총본산성역화불사추진위원회(총도감 지현 총무원 총무부장 겸 조계사 주지)는 지난 3월25일 조계종에서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초청해 조계사신도회관 철거식을 열고, 사업의 성공을 다짐했다.